2017.06.16
책무성의 부과는 우리가 윤리나 도덕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요구한다. 기존의 윤리학은 행위자 중심의 권리 침해 행위에 대한 사후적인 처벌과 보상의 윤리학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행위자의 보편적 책무성과 그에 입각한 예방적 점검의 윤리학이다. 첨단 기술의 급속한 발전 덕분에, 자연 세계에 대한 인간의 개입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간이 지구의 생태환경을 급격하게 뒤바꾸어 놓고 있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지질시대로서의 인류세(anthropocene)가 논의되는 시기이다. 과학기술이 현재와 같은 발전 추세를 지속할수록 인간의 힘과 능력은 더욱 더 커질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인류 자신의 절멸 가능성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에게 도덕과 윤리를 새롭게 상상할 것을 요구한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113회 콜로키움 발표 내용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