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5
_김경미
왜 ‘생명’을 보는가?
이 발표는 동아시아의 지적 전통에서 생명 혹은 생명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설명하고자 했는가를 살핀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사상의 주류를 이루는 유가와 도가 사상을 검토의 대상으로 삼는다. 왜 중국 사상을 보는가? 20세기 이전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자 문화권의 사상은 동아시아의 보편 사상으로서 한국, 일본, 베트남의 사상의 한 축이 된 것은 물론 그 고유의 사상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국의 생명 개념의 역사를 보기 위해 근대 이전의 지식에 큰 영향을 미친 또는 지식의 중심 부분이었던 유가와 도가 사상을 검토하는 것이다.
주지하듯,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불과 100년 전과 비교해 봐도 현저히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 혹은 오용, 인간의 자연 지배, 생명정치적 현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인간 중심주의는 이 같은 변화들 혹은 문제들을 야기한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으며,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모색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생명에 대한 주의를 요청하면서 생명 개념의 역사 중 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도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출발지점을 고르는 또 하나의 시도이다.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선다는 것은 인간과 인간 아닌 것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을 동일선상에 놓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출발선은 무엇일까?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출발선들 중의 하나는 아마도 생명일 것이다. 생명에 대한 주목은 생명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생명으로 간주할 것인가 하는 질문과 더불어 생명에 대한 태도,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의 존재 방식, 생명을 가진 것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전면적으로 다시 생각한다는 의미일 것이기 때문이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105회 콜로키움에서 김경미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의 요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