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07 |
_김재희
시몽동의 기술철학은 기술의 존재방식 및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매우 독창적인 이해를 보여주며, 포스트휴먼 논의를 사이보그 모델 너머로 확장시키는 데 유용한 개념적 도구들을 제공한다. 시몽동에 따르면, 기술은 자연이나 문화(인간)와 대립하지 않는다. 기술과 함께 공진화하는 인간은 기술의 매개를 통해서 오히려 자신의 잠재적인 역량을 한층 높은 수준에서 다른 방식으로 발휘할 수 있다. 인간이 자신의 물리생물학적 조건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은 생명체로서의 인간 개체 안에 내재하는 전(前)-개체적 퍼텐셜의 존재와 이 퍼텐셜 에너지를 개체초월적으로 집단화하여 현실화시킬 수 있는 기술적 대상들의 변환 역량에 있다. 탈인간(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비판)과 초인간(인간의 조건과 한계 넘어서기)만이 아니라 비인간(내재적인 것과 외재적인 것)과의 관계 속에서 포스트휴먼의 문제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보자면, 시몽동의 이런 사유는 중요한 개념적 원천이 될 수 있다.
포스트휴머니즘이 새로운 휴머니즘을 함축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시몽동과 같은 방식으로 물음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기계 앙상블’의 형태로 변환하는가? 기술이 인간에게 본질적인 무언가를 분리시켜 새로운 차원에서 조직화하여 되돌려주는 것이라면, 우리는 새로운 기술적 발명을 통해 어떤 본성을 회복하고 휴먼의 어떤 한계를 극복하며 포스트휴먼 사회로 이행하고자 하는가? 포스트휴먼이란 단지 기술의 효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우리 안의 ‘자연의 무게’와 더불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77회 콜로키움에서 김재희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의 요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