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4
나카라이 도스이(半井桃水)의 『계림정화 춘향전(鶏林情話春香伝)』(1882년 6월∼7월 아사히 신문에 총20회 연재)은 일본어로 번역된 춘향전의 효시이자 춘향전 최초의 외국어 번역본이다. 나카라이는 부산 왜관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아사히 신문 최초의 조선 특파원을 지낸 신문소설가로,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가진 주인공이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혁명 시기의 조선 배경으로 활약하는 정치소설『변방에 부는 바람』(1891년 10월~92년 4월)도 집필한 바 있다. 나카라이의 춘향전 번역은 경판 30장본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나 많은 부분이 개작되어있다. 번역본에 있어서 삭제, 추가, 변형된 부분을 살펴봄으로써 당시 춘향전의 번역 의도 및 역자가 예상한 당시 일본어 독자에 의한 조선 표상의 수용 가능치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카라이 이후의 춘향전의 일본어 번역은 조선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일본인과 조선인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1)다카하시 도오루(高橋亨)(1910) 2)아소 이소지(麻生磯路)(1922) 3)이마무라 도모(今村鞆)(1921) 3)여규형과 나카니시 이노스케 공역(1924) 4)무라야마 도모요시(村山知義)와 장혁주의 희곡(1938) 등이 있으며, 대동아공영권의 구호 아래 일본적 오리엔탈리즘이 반영된 조선붐이 있었던 4)의 시기에는 춘향전 번역을 둘러싸고 고전의 번역이라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논란이 좌담회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춘향전은 현대 일본의 문화 컨텐츠로도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다. 현재 이은직(李殷直)역 『신편 춘향전(新編春香伝)』(1948,1960,2002)과 허남기(許南麒)역 『춘향전』(1956)이 가장 대표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소설판 춘향전이다. 동화, 민화로서의 수용례도 눈에 띄는데 고노 에이지(鴻農映二)역 『한국의 민화집』(1989)이 있고 최근의 번역으로는 어린이번역회역 『한국 고전문학의 즐거움上 -춘향전 심청전』(2010)를 들 수 있다. 1990년대에는 춘향전이 일본어 만화 컨텐츠로도 등장한다. -CLAMP의 『新・春香伝』(白泉社レディースコミックス) (1996, 2002). 그 외에 오페라, 드라마, 영화 번역 등이 있다.
나카라이 도스이는 메이지 정부가 수립된 일본의 근대 초기에 타자로서의 조선을 경험하고 당시 가장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던 조선의 소설 춘향전을 접하여 이를 일본어로 번역하였다. 일본어 독자들은 당시 대중적 신문을 통한 임오군란 등의 보도로 관심과 위기감을 동시에 품고 바라보던 조선이라는 표상을 연애소설 춘향전을 통해 재구성하게 된다. 이후 춘향전의 일본어소비는 제국주의 식민통치기, 패전후, 그리고 현대의 한류붐에 이르기까지 각 시기의 조선/한국상을 구성, 반영하며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73회 콜로키움에서 이선윤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에 대한 요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