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5
본고는 한국근대문학사에서 간과되어온 우리문학과 중국문학의 교류 관계를 고찰하고 중국문학 수용에 대해 평가 절하해 왔었던 20세기 초 한중문학의 성과에 관해서 재고해 보며, 번역과 한국 근대문학의 관계를 탐색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근대시기 한국문학사에서 소략하게 다루어진 중국문학을 재검토함으로써 일본에서 온 ‘새 것’을 바라던 시기에 중국에서 온 ‘옛 것’은 근대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관계맺고, 어떻게 평가되었는지 살피고자 한다.
한국 근현대문학사에서 중국문학의 전신자로서 梁建植의 성과는 상당히 중요하다. 이 시기 대다수의 지식인들은 일본과 서구의 선진화된 문명을 배우는 데에 몰두하며 서둘러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중국과 우리의 전통적 가치가 폄하되는 사회적 상황 속에서, 양건식은 오랜 기간 긴밀한 영향 관계에 있었던 중국과의 문학적 교류 상황에 주목했다. 중국의 영향을 받아온 우리 문학의 정체성을 논구하며 새로운 학문과의 조화를 강조했던 그는 현상윤, 이광수, 백대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근대의 대표적인 신지식인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에 와서야 비로소 주목되기 시작했다. 그가 발표했던 창작 단편소설들 뿐 아니라 서둘러 국내에 소개했었던 중국작품의 번역은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진보적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전통의 가치를 평가 절하시키려던 의식이 팽배했기 때문에 중국 전통문학에 대한 연구는 중심적 논의의 뒤편으로 밀려나 있었고, 더불어 양건식에 대한 문학사적 평가 역시 소략되어 왔던 것이다.
새로운 문물과 문명에 눈 돌리며 전통을 부정하고자 했던 시기에, 발전된 내일을 위해서 어제를 알고자 했던 양건식의 중국고전소설 수용은 어떠한 모습으로 이루어졌는지, 그가 구상했던 근대 사회는 어떤 형상이었는지 추적하고자 한다. 이것은 그 간의 연구 경향과는 다른 각도에서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 현황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또, 양건식의 문학사적 위상을 검토해 봄으로써 근대 전환기 한국과 중국문학의 소통양상을 살피고, 전통은 어떻게 접목되었는지, 외국문학의 번역이 근대 사회의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 살피게 될 것이다. 나아가, 중국소설 번역과 한국 신문학 형성의 관계, 일본어의 중역으로부터 받아들인 번역과 한국 근대문학의 발전에 관한 후속 연구의 발판으로 삼고자 한다.
중국고전소설에 대한 번역문과 평론문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간과되어온 중국문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시도해보려 한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68회 콜로키움에서 정선경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에 대한 서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