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활동
글번호
12548987
일 자
17.10.19
조회수
199
글쓴이
강지연
‘문화번역’의 시각에서 본 량치차오 희극 개량 담론 (김영숙)

2012.06.15


20세기 초 중국 희극(戱劇)은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거대하고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면서 새롭게 발전하였다. 이 변화는 희극 관념에서 먼저 시작하여 사상내용, 예술형식, 표현양식, 극단에 이르기까지 희극문화 전반에서 발생하였다. 우선, 희극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관념이 바뀌면서 소설과 함께 전통사회에서 ‘小道’, ‘末技’, ‘邪宗’ 등 비천한 것으로 취급되어 大雅之堂에 오르지 못했던 희극의 지위가 크게 제고 되었다. 사상내용은 이전에 없었던 자유, 평등, 민주, 과학 등 서양에서 유입된 신사상과 전통사회 비판, 제국주의 침략, 군주제 반대와 같은 현실 정치 및 사회 문제 등이 다루어졌으며, 소재나 제재도 當代를 표현하지 않았던 전통극과 달리, 이 시기의 극은 당대의 時事나 외국 역사 등 다양하게 확대 되었다. 예술형식은 전통극이 중시했던 宮調, 曲牌 등의 엄격한 음악적 규율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새로운 극 양식이 창작되었으며, 극장, 무대 장치, 조명 등 표현 양식도 이전과 다른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의 최하층 신분이었던 배우의 지위가 높아졌다.

 

왜 이시기에 중국 희극문화에 이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을까? 그 주요 원인과 배경은 19세기 중엽 이래 지속된 중국의 서양문화와의 대규모 접촉에서 찾을 수 있다. 1840년 아편전쟁에서 서구 제국주의의 물질문명에 충격을 받은 중국은 갑오전쟁의 실패에서 더 큰 패배감과 문화 자존의 상실을 경험하였다. 그에 따른 국가존망의 위기의식과 부국강병에 대한 절박한 요구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19세기말 20세기 초의 특수한 역사, 문화 환경에서 중국은 위기를 극복하고 자기보다 우세한 서구문화에 대응하기 위해 서양을 소개하는 번역작업을 활발하게 진행하였다. 20세기 초 중국 희극문화의 극변은 바로 이러한 타문화, 즉 서양문화와의 대면과 충돌, 자극과 비교를 통한 자국 문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개혁, 개량의 요구에서 촉진된 (근)현대극으로의 전환과 변혁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량치차오(梁啓超)의 “희극개량” 담론은 바로 이러한 역사 변혁과 전환을 촉발하고 동시에 그 추동력이 되었던 중국희극의 (근)현대화의의 출발점이다. 1902년에 제기된 희극개량 담론은 당시 문화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면서 주류 담론 및 실천이 되었고 동시에, 20세기 중국희극의 발전 방향을 주도하고 그 현대화 성격을 규정짓는 중요한 발단이 되었다.

 

문화번역을 언어를 포함한 다수의 상징체계, 사유양식, 서사, 매체 등 여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문화 간 이동, 횡단, 소통 방식이며, 의미를 등가적으로 교환하거나 초월적 위치에서 매개하는 작업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 맥락에서 타문화를 해석하고 변용해오는 행위로 규정할 때, 이러한 문화번역의 시각은 梁啓超의 희극개량담론의 특징을 고찰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그의 희극 개량 담론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동서문화 교류의 문화 횡단의 장에서 생성된 것으로 이문제의 분석에서 번역이 고려되어야 하지만, 이 담론은 서로 다른 문화체계의 모종의 영향 관계가 일대일의 관계로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번역의 개념으로는 설명이 어렵고, 전통적인 번역과 달리 고정된 원본이 없는 문화번역의 각도에서 고찰할 때 그 특징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량치차오의 희극개량 담론을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특정 맥락에서 형성된 문화번역의 결과물로 보고, 그 안에 투사된 문화번역의 형성 과정을 문화번역 비평의 시각에서 고찰했을 때 20세기 초의 희극개량담론을 단선적인 정치적 선전 도구나 단순한 유럽의 선진 문화에 대한 번역과 수용, 모방의 각도에서 읽어온 기존의 연구시각에서 벗어나 특정 역사 맥락과 그 안에서의 행동하는 인간(문화번역의 행위자)을 통해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을 통해 중국의 (근)현대화의 과정과 그 특징을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68회 콜로키움에서 김영숙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에 대한 서론 글입니다.

첨부파일첨부파일:

연구활동 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파일
공지 제 151회 이화인문과학원 콜로키움 안내 (5/10) eih 2024-05-07 137 -
공지 [채용공고] 연구교수 채용 공고( ~ 5.1.(수) 16:00) eih 2024-04-24 308 -
공지 [이화인문과학원 국제학술대회] 에코-테크네 인문학의 응답 : 확장된 생태학을 위한 시나리오들 eih 2024-03-20 605 -
19 20세기 초 신채호의 역사 쓰기와 조선후기 실학자 안정복  강지연 2017-10-19 352 파일아이콘
18 오를레앙의 처녀와 애국부인  강지연 2017-10-19 466 파일아이콘
17 비교문학에서의 번역의 문제  강지연 2017-10-19 222 파일아이콘
16 포스트휴먼 사회를 사유하기 위한 하나의 청사진  강지연 2017-10-19 274 파일아이콘
15 포스트휴먼 시대의 미술 – 바이오아트  강지연 2017-10-19 307 파일아이콘
14 이주자들의 혼종성의 서사-야마시타의 『오렌지 회귀선』 (이선주)  강지연 2017-10-19 229 파일아이콘
13 고전의 번역과 소비의 양상〈춘향전〉  강지연 2017-10-19 254 파일아이콘
12 교지 이화에 나타난 근대적 번역 행위와 수행적 정체성 연구 (강소영, 윤정화)  강지연 2017-10-19 146 파일아이콘
11 역관 현채(玄采)의 근대 번역 주체로의 성장 과정 (박경)  강지연 2017-10-19 179 파일아이콘
10 볼테르와 중국: 전례논쟁에 대한 볼테르의 견해 (송태현)  강지연 2017-10-19 287 파일아이콘
9 주변부 문학의 초국가적 역동성 (이경란)  강지연 2017-10-19 212 파일아이콘
8 인간향상과 인간본성 (신상규)  강지연 2017-10-19 233 파일아이콘
7 유럽의 'K-pop' 열풍과 문화혼종성 (이수안)  강지연 2017-10-19 1143 파일아이콘
6 근대시기 양건식의 중국고전소설 번역 및 수용 (정선경)  강지연 2017-10-19 177 파일아이콘
5 ‘문화번역’의 시각에서 본 량치차오 희극 개량 담론 (김영숙)  강지연 2017-10-19 198 파일아이콘
처음 이전 다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