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활동
글번호
12549114
일 자
17.10.19
조회수
147
글쓴이
강지연
교지 이화에 나타난 근대적 번역 행위와 수행적 정체성 연구 (강소영, 윤정화)

2012.12.14


이화여전 교지 <이화>는 1929년 2월 창간호가 발행되었다. 초기 창간호를 중심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이화여전 학생들의 번역 작업은 문학과 교수진의 지도 하에 영미문학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번역 작품으로는 시 11편(미국 3편-1편은 2인 번역, 영국 5편, 독일 1편, 캐나다 1편, 아일랜드 1편)과 단편 2편(레듸클레어, 그 참새), 시(이낙아든)를 소설로 번역한 것과 가극(로렝그린이약이)을 소설로 번역한 것 2편이 있고 논설 중에 인용하기 위해 번역한 시 4편이 있다. 교지<이화>에 실린 번역 작품은 소수이지만, 이후 이화여전 학생들이 <여성><삼천리><신여성><신가정> 등을 통해 번역활동을 이어나갔고, 전문 문인으로 활동한 기록을 염두에 두면, 학교에서의 번역작업이 그들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짐작가능하다. 따라서 이화여전의 학생들이 근대 지식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초를 제공하였던 이화여전에서의 번역행위를 알아보고, 그들의 번역 행위에 담긴 수행적 정체성을 알아보려고 한다.

이화여전 학생들의 번역에 대한 본격적인 학문적 연구는 테레사 현의 <번역과 창작>에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번역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며 단지 이화여전 출신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몇 가지 의의를 밝힌 점이 이 책이 갖는 의의다. 즉, 1920년대 여성의 번역행위에 의미를 부여한 이가 없었다는 말이며, 이는 한국 근현대문학 연구에서 번역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에 박지영(2006)(2012), 정경은(2009)(2011)의 논문을 통해 교지에 실린 작품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원텍스트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작품이라거나 낭만주의 일색이었다거나 아니면 1930년대에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민족주의 담론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그들의 한계를 지적하는 쪽으로 논의가 모아지고 있다. 물론 번역의 대중화를 위해 기여한 점을 인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번역과정에서의 주체적 행위에 대한 의미부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본고의 작업은 이화여전 학생들의 교지 <이화>의 작업에 대해 ‘지식을 수용하는 태도가 주체적이거나 생산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기존의 평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독서화의 과정에서 교사진의 지시와 지도에 따라 읽는다고 해도 그 해석과 번역화의 과정에서 수용자의 주체적 개입은 배제할 수 없다. 외국문학을 번역하는 외국문학 독서 경험의 발현 양상은 바로 지식 수용을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잠복되어 있는 서구 문화에 대한 수용 욕망과 현재적 지식과 체계에 대한 저항을 함의하기 때문이다.

독서란 특정한 시간, 특정한 환경에서 독자와 텍스트가 만나는 사건이라고 했듯이, “문학 독서는 독자에게 ‘문학경험’으로서 존재한다.”(이지영 2011:319) 이화여전 학생들에게 낭만주의 영미문학 독서와 번역작업은 이를테면 사건이며 기존의 나에게서 탈주하는 기획이 된다. 이러한 사건이 교사진의 지도에 의해 수동적으로 시도되었다고 해도 이때의 번역작업은 수용과정의 수동성을 벗어나 해석과 번역작업에서의 이화학생들의 주체적 태도가 견지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번역 작품의 선정, 번역과정에서 직역에서 의역을 결정할 때의 선택과 그때의 문제 의식, 이화 여전 <교지>와 다른 매체에서 발견되는 동일 작품의 번역 결과에서의 차이점 등을 분석해 보면서, 이화여전 학생들만이 갖는 차별화된 번역 행위의 전략,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수행적 정체성을 연구해 보고자 한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73회 콜로키움에서 강소영, 윤정화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 요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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