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12
포스트휴먼 시대의 미술 – 바이오아트
전혜숙
본 연구는 포스트휴먼과 포스트휴머니즘 연구 아래 미술작업으로 행해지고 있는 바이오아트(Bioart)에 대한 연구다. 바이오아트란 유전공학과 생명기술 분야 연구의 현 상태가 어디까지 왔는가를 주목하고, 그러한 발전에 대한 다양한 논평과 견해를 표현하는 미술형태로, 기존의 미술매체와 표현방식들로 유전공학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bio-topics)과, 의도적으로 생물학실험 및 유전자이식 기술을 차용해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작품들(bio-media)로 나뉜다. 바이오아트는 유전공학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종류의 대상 혹은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또 인간은 거기(그들)에 대해 어떤 관계맺음을 할 것인가, 그리고 생명공학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새로운 윤리학과 인식론의 요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묻고 있으며, 대체로 생명을 다루는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적 논쟁, 생명체에 대한 재인식, 새로운 생명체와의 공생적인 관계 혹은 감정이입적인 관계 추구, 대화적(관계적) 미학의 추구 등 네 가지 정도의 방향을 공유한다.
바이오아트의 미디어는 살아있는 세포와 조직뿐 아니라 그것들을 분리, 복제, 이식하는 기술을 포함하는 생물학적 매체, 그리고 사상, 정보, 이미지, 소리, 색채, 텍스처들을 전달하고 축적하는 미술적 매체, 또 생물학적 내용과 미술적 표현 둘 다에 걸쳐 있는 디지털 매체라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영역을 함께 묶음으로써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미디어의 세계를 열었다. 미디어의 혼합을 기저로 한 페터 바이벨(Peter Weibel)의 ‘포스트-미디어 조건’의 내용은, 바이오미디어들이 지닌 통합방식과 뉴미디어이론의 초점이 되었던 ‘미디어 컨버전스’의 개념 사이에 흥미로운 고리를 발견하게 해주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생물학적 매체이지만 언어적 코드 혹은 정보로 환원될 수 있고, 또 거기에 밀착된 사회문화적 의미와 내용을 발생시키는 각 층위들의 융합을 말하는 것으로, 그로부터 바이오미디어의 컨버전스 원리를 도출해낼 수 있다.
바이오미디어의 통합된 기술과 의미는 바이오아트 작품들에서 미술이자 생명체인 미디어가 ‘살아있도록’ 하기 위해 문자 그대로 융합해 작동한다. 그러나 살아있음을 담보로 하는 미디어들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생명체로서의 운명과 직결된다. 실제로 많은 바이오아티스트들이 바이오미디어들을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생명에 대해 다시금 인식하게 하고, 생명체를 조작하는 기술을 폭로하며, 생명기술 배후에 숨은 자본과 이데올로기의 결탁을 재고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들은 생명공학의 기술을 가져오지만, 생명공학이 생명연장을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오히려 ‘죽음’이라는 ‘자연적인’ 법칙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기도 한다. 미술가들이 생명체를 다룰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그들의 작업에 대한 검열 같은 것은 없으나 암묵적으로 최소한의 수준으로 생명체에 해를 주지 않는 정도로 작업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바이오아티스트들은 생명공학, 의학, 생물학에서 사용되는 실험의 의미를 이슈화하는 데 초점을 두곤 한다. 미디어의 ‘살아있음’은 미술가들에게 일종의 부담감과 책임감을 강요하며, 생명체를 다루는 기술과 미술적 표현 형식 및 내용과도 연관됨으로써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