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8 |
현재의 지구화시대와 혼종사회를 진단한 사회ㆍ경제ㆍ문화학자들은 많다. 여기서 인용해왔던 아파두라이, 프리드만, 네그리와 하트와 그밖에 많은 학자들이 현시대에 부각된 문제들에 초점을 두고서 이론적 진단을 해왔다. 야마시타는 소설에서 현대의 복합적 혼종 사회를 제시하고자 하는 큰 포부를 펼친다. 그녀는 『오렌지 회귀선』에서 현재의 복합적인 사회를 이주와 미디어라는 키워드로 포착해내어 혼종성의 서사를 쓴다.
야마시타는 이주의 경험을 부모나 자신이 한 소수민족계의 7명의 개성적인 인물들을 창조하여 현대의 복합적인 혼종사회를 제시한다. 이 소설의 미덕은 본질주의적인 정체성이 아닌 여러 요소가 다 들어가서 각기 다르게 화학적 조합을 보여주는 독특함을 가진 7명의 혼종화된 인물이 자신의 개성에 맞는 서사를 각기 펼쳐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복합적인 혼종사회의 제시라는 주제와 기법의 상응성을 고심한 결과 나온 성과물이다. 이렇게 혼종화된 인물들의 서사 속에서 그 사회에 만연한 두 가지 특징은 전지구적 자본주의를 만들어가는 문화논리라 할 수 있는 상품화된 혼종성에 대한 대중의 추종과, 가시적인 혼종 이면에 여전히 굳건한 아니 인종색으로 더 두드러져 보이는 부의 양극화현상이다.
현대의 전지구화와 혼종 사회의 형성에 미디어의 역할은 지대하다. TV를 보면서 사람들은 가보지 못한 세계를 경험하며 욕망하고, 인터넷과 SNS에 댓글을 달면서 사람들은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하는 것과 똑같은 형태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미디어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성을 움직이며 서로 교류하고 혼성하여 복합적인 지구촌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미디어에 대한 인간 편에서의 주체적인 반응과 비판적인 수용이 없다면, 미디어의 위력은 우리의 행위성을 빼앗아가 버릴 것이다. 물체인 미디어가 사람의 행위성을 대체해 버리는 것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이 소설은 제시한다. 『오렌지 회귀선』의 다수의 시청자들은 그러한 무아적인 무비판의 즐김의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며 리얼리즘을 좀 훼손해서라도 대안을 보여주고자 한 알케인젤의 장은 그러한 우중의 현주소를 스냅사진처럼 제시하여 대중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7명의 개성적인 주인공에게 서사를 고르게 배분한 것은 실은 그 인물들이 그 분리와 경계를 위반하며 서로 스며들어가는 형상을 그려내기 위함이다. 인물들은 다양한 인종적 사회경제적 관심들을 다른 사람과 미디어와의 관계 속에서 대면하게 대고 그것은 그들 개별적 성격 속에 반영되고 스며든다. 7명의 주인공만이 아니라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주인공인 시청자와 멕시코의 이주자들도 이 일련의 경험을 통해 점차 자신의 행위성을 찾아가는 듯하다. 북회귀선이 북쪽으로 옮겨가서 남캘리포니아까지 끌어 당겨지고 있듯이, 지리적 경계의 유동성은 인물들의 사회적 관점에 점차 영향을 미치고 마찬가지로 인물들의 변화하는 사회적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서 북회귀선이 이동 중인 셈이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74회 콜로키움에서 이선주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 요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