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4 |
이 연구에서는 근대 지식 형성 과정에서 역관인 현채가 근대 번역 주체로 성장해 간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역관이었던 현채는 번역 활동을 기반으로 한말 교과서 집필자, 계몽운동가, 역사가 등으로 그의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이를 통해 그는 근대 지식인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그는 근대 교과서 체제 및 근대적 역사서술의 성립 과정에서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활동은 창조적으로 시대를 선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정부와 사회의 요청에 부응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채는 관직 생활 중 그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근대 학문 도입의 선봉에 서게 되었다. 조선시대 역관로서의 현채는 외교활동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가 갑오개혁 이후 학부에서 담당한 역할은 교과서 집필과 외국 서적 번역 작업이었다. 둘 다 통역, 번역 능력에 기반한 것이지만 관에서의 그의 역할이 변화하면서 그는 근대 교육 내용을 편제하고 새로운 외국의 사조를 도입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따라서 관에서의 그의 번역 및 저술 작업은 정부 정책의 경계 안에서 이루어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학부 퇴직 이후에도 계몽운동가들과 보조를 같이하여 번역, 출판, 저술 활동을 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많은 서적을 편찬하면서 그 나름대로의 번역, 편집, 저술의 기준을 가지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이는 계몽운동을 하던 당시 지식인들의 시대의식과도 상당한 연관이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이 연구에서는 현채의 활동을 중심으로 전근대 시대 역관의 활동 영역이 근대화 과정에서 변화하고 확장되어가는 과정을 관 주도의 근대화와 연계시켜 검토하고자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현채가 자신에게 요구되어진 시대적 역할을 자각하고 번역 작업을 수행해갔던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근대 지식 및 교육체계 형성 과정에서의 근대 번역 주체의 탄생에 대해 조망해보고자 한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73회 콜로키움에서 박경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에 대한 요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