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1
_천현득
인간 향상(human enhancement)이란 생명공학, 인지신경기술, 나노기술, 정보통신기술 등을 통해 인간의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능력을 통상적 범위 넘어서는 수준까지 향상시키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기술적 노력을 통해 인류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며, 더 똑똑해지고 더 나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아야할 이유가 없어보인다. 그러나 인간 향상 시도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향상 시도에서 강한 정서적 거부감과 도덕적 불안감을 느낀다. 인간 향상에 반대하는 논변들은 흔히 인간 본성(human nature)의 개념에 호소한다. 인간 향상은 인간 본성을 위배하거나 변경하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간의 존엄성, 도덕적 가치, 좋은 삶 등의 기반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에 인간 향상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간 본성이라는 개념이 인간에 관한 과학적, 생물학적 지식과 양립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양립가능한 인간 본성의 개념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규범적이거나 도덕적인 담론에서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데 있다. 본 발표에서는 과학적으로 존중받을만한 인간 본성의 개념이 존재할 수 있으며, 그러한 인간 본성의 개념이 규범적 차원의 논의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포스트휴먼 시대에도 인간 본성이란 여전히 물어야할 주제이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100회 콜로키움에서 천현득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의 요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