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7
_김애령
이 연구는 여러 철학자들에 의해 예견되고 선언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완성되지 못한 ‘인간의 종말’ 또는 ‘휴머니즘의 종말’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한다. 데리다는 “인간의 종말(Les Fins de l’homme, The Ends of Man, 1968)”에서, 전후 프랑스에서 철학적 인간학(philosophical anthropology)의 관점으로 수용되었던 헤겔, 후설, 그리고 하이데거의 철학은 근본적으로 인간학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러한 반 인간학적 독일 철학의 인간학적 프랑스 수용이라는 굴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데리다는 그것이 단지 오역이나 오독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오히려 ‘인간의 종말’ 또는 ‘휴머니즘의 종말’의 선언이 극복하지 못한 ‘목적으로서의 인간’이라는 관념을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하이데거의 “휴머니즘에 관한 편지(Letter on Huamnism, 1949)”는 철학적 인간학과의 단절이자 전회(Kehre)의 선언이라고 평가되어왔고, 포스트휴머니즘 담론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발표는 데리다의 하이데거 읽기를 축으로, 사르트르의 (반-)휴머니즘과 하이데거의 (반-)휴머니즘을 비교한다. 이를 통해 각기 표명하는 주장과 달리 사르트르의 휴머니즘이 반-휴머니즘인 만큼, 하이데거의 반-휴머니즘도 휴머니즘과의 완전한 단절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이와 같은 읽기가 포스트휴머니즘 논의의 심화에 하나의 시사점을 줄 것이다. 즉 인간의 종언 혹은 휴머니즘의 종언이 ‘인간의 목적’이라는 관념을 완전히 폐기되지 않는 한, 포스트휴머니즘은 휴머니즘의 긴 그림자 안에 머물 것이라는 점이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100회 콜로키움에서 김애령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의 요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