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어떤 존재인가? 그것은 자연종이 아니므로 이미 완성형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존재일 수 있는지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먼저, 로봇은 인간이 설계, 제작, 사용하는 기술적 인공물이다. 인공물의 본성은 그것의 물리적 구조와 기능에 의해 결정된다. 구조와 기능이 서로 환원되지 않기 때문에 양자가 모두 필요하며, 그런 점에서 인공물은 이중적 존재이다. 인공물은 인간의 의도나 기능을 통해 물리적 세계와 지향적 세계를 연결한다. 인공물의 설계, 배치, 사용에는 특정한 가치 체계, 사회질서, 이데올로기 등이 반영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폭넓은 기술윤리적 반성이 요청된다. 로봇은 기술윤리의 대상이지만, 로봇에 대한 철학적 문제가 그것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로봇은 무언가 독특한 인공물이다. 특히, 최근 개발되고 있는 지능형 로봇은 지능적인 행동을 스스로 수행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그중에서 인간의 경험을 매개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위임받아 스스로 행동하는 로봇을 "자율" 로봇이라 불린다. 자율 로봇은 그 로봇이 있던 자리에 인간이 있었다면 우리가 주저하지 않고 도덕적인 상황으로 간주했을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고, 이는 로봇이 인간과 유사한 책임 주체로 간주할 수 있는지에 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만일 자유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 도덕적 책임의 전제 조건이라면, 자유 의지를 갖는 로봇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일이 중요하다. 본 발표에서는 인간의 자유 의지가 환상이라는 신경과학자들의 주장과 그들의 주장이 잘못된 전제에 기초해 있다는 철학자들의 대응을 검토함으로써,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유 의지의 개념을 추출해내고, 이에 비추어 로봇이 자유 의지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한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97회 콜로키움에서 천현득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의 요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