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5
_이찬웅
이 발표에서 보이고자 하는 것은 개략적으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생명 개념의 서양 역사를 볼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유기체론이 지배했던 흐름 안으로 데카르트의 기계론이 합류해 18세기 말까지 경합했다. 19세기에 이르러 생명이라는 개념이 신체 기관들의 배치와는 다른 깊이에 놓이게 되고, 탐구의 본격적인 대상이 되었다. 생물학이라는 독립된 분야도 이 시기에 등장했다. 그것은 영혼도 기계도 아닌 생명의 본성과 원리를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철학 분야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생명 개념이 주요 가치를 획득하면서 맹목성(쇼펜하우어), 공격성(니체), 분화(베르그손) 등으로 정의되었다. 20세기 현대철학은 생명이라는 이념에서 이중적인 양 극단을 발견한다. 그것은 변신의 힘과 공허한 생존이다. 이것은 생명이라는 개념이 만들어내는 어떤 공간 속으로 우리가 들어서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그 표면에 수없이 많은, 버려진 현대의 잉여의 삶들이 떠다닌다면, 심층에 그 삶의 실존 방식을 바꿀 잠재력 역시 내재해있는 그러한 공간이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105회 콜로키움에서 이찬웅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의 요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