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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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50922
일 자
17.10.19
조회수
159
글쓴이
강지연
진화론의 발생 『프랑켄슈타인』과 『지킬박사와 하이드』 사이

2014.11.12


_이선주

 

   프랑켄슈타인과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당시에 주류를 형성하던 사실주의 소설과는 달리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중대한 허구적 상황을 삽입하면서 소설을 발생시킨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과학자들은 실험해 봄직한 어떤 중대한 발생이 소설 안에 들어옴으로써 사실적 궤도를 따르는 소설을 넘어서는 범주의 상상력이 용인된다. 많은 경우 이러한 소설이 전체적으로 허구적 틀 속에서만 작동하여 환상에 그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두 소설은 과학실험을 빌린 상상력의 확장을 통해 소설을 발생시킨 뒤 그 나머지의 이야기는 다분히 사실적인 궤도 속에서 그리면서, 기존의 신관이나 자연관에 근본적인 회의를 던진다거나 인간의 특별한 기원이나 역사의 발전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큰 프레임을 다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이 두 소설은 과학이 소설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기에 적합한 소설이 되고 특히 진화론적 시각으로 조명하기에 적합한 소설이다.

두 소설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게 되면 일단 기존의 비평과의 차별성이 뚜렷하다. 대부분의 『프랑켄슈타인』 비평가들은 프랑켄슈타인이 과학자적 오만함으로 생명의 탄생을 조작함으로써 재앙을 초래했다는 입장을 갖는다. 그런데 근대 과학의 발달과 그러한 과학과 소설의 상호작용이라는 시각에서 볼 때에 이러한 입장은 넘어서지 말라는 금단을 인정하고 혁기적인 담대한 실험을 하는 과학자에 대한 의미부여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러한 비평은 이미 충분히 많이 있다는 점에서 본 논문의 시각의 의의가 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경우에도 기존의 비평은 고딕소설의 족보 속에서 보거나 소설 자체가 익히 강조하고 있는 인간의 이중성이라는 심리적 비평에 편중되어 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비평에서 특이한 점은 현재 외국에서 과학의 한 특정 이론을 통해 이 소설을 비평하는 연구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이 소설이 과학적 해석을 유혹하는 측면이 많다는 것이고 열역학 법칙이나 두뇌생리학 등 여러 과학담론을 통한 연구들과 더불어 진화론적 시각에서 『지킬박사와 하이드 읽기는 이 소설의 현대성을 함양한다.

프랑켄슈타인과 『지킬박사와 하이드』 사이는 진화론이 생겨났고 번성하는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기이다. 다윈 이전에 이미 여러 학자들이 생명의 진화를 알고 말하고 있었고 다윈은 그렇게 쌓여온 감지와 인식’(perception)을 집대성하고 인간의 유래와 미래에 대해서도 밝히게 된다. 인간이 지구에 최초로 시작된 하나의 생명체로부터 유래되었고 인간은 지구상에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져간 다른 생물체들과 마찬가지로 잠시 자연에 의해 선택되어 살다가 사라질 것임을. 신이 생명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생명체가 자연선택에 의해 우연히 동시에 생명체가 국부적 환경에 적응해서 진화되어 온 것이라는 생각은 과학자들만 뜨거운 논쟁 속에 빠뜨린 것이 아니라 소설가들에게도 새로운 소설적 세계를 열어준 것이다. 두 소설에 대한 진화론적 비평은 진화론이 잠복되어 있던 시기로부터 진화론이 거의 가장 활성화된 과학(대중) 담론이라 할 정도로 활성화되던 시기를 이해하게 하며, 내포되어 있으되 명시되지는 않았던 진화의 모든 효과와 영향’(implication)에 소설가들은 어떻게 반응하며 형상화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90회 콜로키움에서 이선주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의 요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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