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23 |
_오영주
미셸 웰벡(1958- )의『소립자』(1998)와 『어느 섬의 가능성』(2004)은 사회풍속 소설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면서 과학기술 발전을 근거로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과학픽션을 가미한 sf(speculative fiction) 소설로 분류될 수 있다. 우리가 두 소설에서 주목한 것은, 에필로그에서 ‘신’과 같은 포스트휴먼의 도래를 알리는『소립자』와 달리 『어느 섬의 가능성』에서 ‘신인류’의 세계는 ‘천국 같은 지옥, 지옥 같은 천국’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포스트휴먼 유토피아에서 디스토피아로의 이러한 전환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이야기 구성의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런데 유전공학에 의한 웰벡의 포스트휴먼 사회의 구상이 유토피아에서 디스토피아로 선회한 까닭은 ‘있을 법함’ 미학의 요청 외에도, 보다 근본적으로는 슬로터다이크가 ‘냉소적 이성’이라 부른 어떤 정신의 특성에 있다고 여겨진다. 본 연구를 통해 우리는, 『어느 섬의 가능성』이 포스트휴먼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사이에서 분열된 오늘날의 복잡한 정신들,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 냉소주의가 포스트휴먼을 꿈꾸는 방식과 딜레마를 인물의 차원, 작품의 차원, 작품 생산의 차원에서 보여주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87회 콜로키움에서 오영주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의 요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