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23
_이경란
최근 ‘인간’의 조건과 정의를 탐색하고 기존의 휴머니즘과 인문학의 한계와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노력으로 트랜스휴머니즘 혹은 포스트휴머니즘 논의들이 등장하고 있다. 본 발표에서는 이러한 포스트휴머니즘 논의를 야기하는 포스트휴먼 조건 혹은 곤경의 구체적인 사례들과 도나 해러웨이(Donna Harraway), 캐서린 헤일스(Katherine Hayles),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idotti) 등이 전개한 이론적 논의들을 살펴보고, 공상과학소설(Science Fiction, SF), 사색소설(speculative fiction, sf), 하이퍼픽션(hyperfiction) 같은 문학 장르를 중심으로 포스트휴먼 조건에 대한 문학적 상상력의 반응 혹은 대응을 살펴본다.
포스트휴먼 논의와 공상과학소설에 관한 역사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도나 해러웨이의 논의를 둘러싸고 등장하는 페미니스트 SF들이다. 해러웨이는 「사이보그 선언문」을 “공상과학소설과 사회적 현실 사이의 경계는 시각적 착각”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사이보그론과 페미니스트 SF소설이 포스트휴먼 현실 조건과 긴밀하게 연계되어있음을 드러낸다. 해러웨이가 언급하는 페미니스트 SF소설 집단에 속해있는 포스트젠더 소설들은 여성작가만이 아니라 남성작가들과 흑인여성작가들도 포함하고 있어서, 깁슨, 스털링, 딕 같은 대표적인 사이버펑크 작가들을 논할 때 잘 가시화되지 않는 인종과 젠더, 포스트식민주의와 페미니즘의 문제들을 포스트휴머니즘과 공상과학소설의 논의에 들여올 수 있는 효과적인 지점이 될수 있다.
텍스트 안과 밖의 언어적, 비언어적 정보를 전자적 링크를 사용해서 구성되는 하이퍼텍스트 작품들은 다중선형적 혹은 다중순차적으로 경험되는 텍스트를 만들어내고 독자에게 자신이 선택한 링크와 렉시아들을 토대로 자신이 읽을 문서를창조해 낼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하이퍼텍스트 소설들은 능동적인 독자라면 다른 사람들의 텍스트에서 텍스트와 의미를만들어내는 존재임을 일깨워줌으로써 내러티브와 자아의 개념에 대한 재고를 요청한다. 90년대 중반부터 등장하는 하이퍼텍스트 내레이션을 생산하는 문화가 어떤 문화인지, 비선형성과 다중선형성을 강조하는 문화는 어떤 문화인지, 이런 내레이션을 선택한 문화에는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하이퍼텍스트 혹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어떤 사람, 어떤 그룹에 권력을 부여하는지 고려하면서 하이퍼텍스트 문학을 살펴보는 것은 포스트휴먼적 조건을 곤경과 가능성의 맥락 양쪽에서 읽어내는데 도움이 된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87회 콜로키움에서 이경란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의 요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