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김재희
첨단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현대 예술의 기술적 전환과 기술적 대상의 예술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학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의 경계가 무화되고 있으며, 미학적인 실재보다는 기술적인 것과 미학적인 것이 동등한 자격으로 혼합되어 있는 ‘기술미학적인 실재’가 출현하며 새로운 사유의 언어를 요구하고 있다. 기술과 미학의 상호 관계는 그동안 예술 또는 미적인 것의 본질에 주목하는 기존의 철학적 논의들에서 늘 어둠 속에 남아있었던 것이며, 기술의 도구적 활용에 의한 예술의 확장 이상으로 고려되지 않았다. 과연 미학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의 관계란 무엇인가? 기술적 활동과 예술적 활동을 통합하는 새로운 미학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 시몽동은 ‘기술미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그 해답을 제공하며 새로운 미학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의 기술미학은 미학적 실재와 기술적 실재의 상호 분리불가능한 본질적 관계를 전제한다. 예술작품은 기술적인 것과 미학적인 것의 식별불가능한 혼합체로서 그 자체로 하나의 기술미학적인 실천으로 이해된다. 기술미학적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근원적 만남에 근거하여 신성한 것과 기술적인 것을 변환적으로 연결한다. 기술미학은 형상/질료, 주체/대상의 분리를 전제한 ‘모방과 관조’의 미학이 아니라, 그러한 분리를 통합하는 ‘행동과 체험’의 미학, 인간과 세계와 작품 사이의 신체적 감각지각적 상호작용에 근거한 ‘동적 작동’의 미학이다. 어떤 대상의 아름다움은 그 대상이 자연세계와 인간의 삶에 동시에 ‘삽입’되어있으면서 자연-작품-인간 사이의 상호작용 관계 속에서 그 대상의 엔텔레키가 탁월하게 구현될 때 나타난다. 벤야민의 매체론이나 하이데거의 부정적 기술론과 달리, 기술의 미학적 역량을 긍정하는 시몽동은 바하와 스톡하우젠을 대립시키지 않고, 예술과 산업디자인을 하나로 사유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미학적 사유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위 글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제91회 콜로키움에서 김재희 선생님이 발표하신 논문의 요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