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1998322
일 자
15.05.19
조회수
699
글쓴이
교양영어실
2012 이화몰입영어 후기
이화몰입영어를 듣기 전까지 나는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 자신이 없는 편이었다. 게다가 나는 청각장애인이라서 영어 듣기와 말하기를 배울 기회가 없어서 외국인 친구들과 글로 대화했다. 다른 친구들은 외국인 친구들과 말로 직접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했다. ‘나도 그들처럼 직접 영어로 대화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자주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이화몰입영어를 우연히 알게 됐는데 참가하고 싶은 욕심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나 같은 청각장애인도 참가할 수 있을까, 참여해도 수업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특히 EIE는 스피킹을 주로 배우는 프로젝트여서 나는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지 고민했다. 왜냐하면 듣기와 말하기를 배울 기회가 없는 탓에 영어발음과 입모양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시험 삼아서 이소영교수님께서 영어로 말씀하셨는데 완전히 못 알아들었다. 그래도 참여했던 이유는 100% 영어로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 영어공부를 하다보면 적어도 어떻게 들리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소영교수님과 장애학생센터 고윤자교수님께서 나를 위해 수업을 도와주는 도우미 두 명을 구해주셨다. 우리말로 수업을 해도 교수님 말씀을 못 알아듣는 편이다. EIE에는 다양한 과목들이 있는데 주로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과목들을 선택했다.

EIE에는 규칙이 있는데 진행하는 동안, 쉬는 시간에도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조차도 절대로 한국말을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는 말하고 듣기 분야에서는 완전히 초보자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서 이 규칙을 듣고 걱정부터 앞섰다. 처음에는 영어로 대화할 때 잔뜩 긴장했고 아직도 글로 써야 알아들을 수 있었다. 또한 친구들하고 사이가 아직도 서먹서먹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점심시간에 교수님하고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수님들께서 이미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고 나를 위해 배려해주셨다. 어떤 교수님께서는 도우미가 없을 때 직접 글로 써주셨고 도우미도 옆에서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들을 타이핑해줘서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다.

처음에 교수님과 회화할 때 나는 말하고 싶어도 영어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입 밖에 나오지 못했고 더듬거리기만 했다. 하지만 배우고 싶은 욕심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교수님 입모양에 더욱 더 집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EIE 시작한 지 2주 정도 됐을 때 마침내 교수님이 하신 말씀, 두세문장을 완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 때 그 교수님께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도 기뻤다. 이미 친구들은 듣기 실력이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났지만 나는 간신히 두세문장을 알아들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인 나에게는 그것이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 동안에는 친구들하고 많이 가까워졌고 그들이 하는 말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수업시간에 토론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처음에는 소극적인 자세로 토론을 했지만 지금은 친구들이 하는 말을 완전히 못 알아들어도 부분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감을 잡았고 더 적극적인 자세로 토론을 했다. EIE가 거의 끝나갈 때 점심시간에 교수님께서 나보고 처음보다 말하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칭찬해주셨다. 회화시간을 더 늘리고 싶은 마음도 든 적이 있었다. 영어로 글을 쓰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배우고 나니 재미가 생겼고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쓰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는 친구들에 비해 듣고 말하는 영어실력이 거의 늘어나지 않았지만 EIE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 영어를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줬고 만약 내 실력을 많이 쌓는다면 교수님들하고 다시 수다를 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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