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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를 위시해 라사, 에볼라, 마르부르크병, 레지오넬라병, 광우병, 라임병, 사스(SARS), 그리고 메르스 등은 20세기 중반 이후 등장한 새로운 전염병이다. 이러한 전염병 목록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늘고 있다. 거기다 결핵이나 말라리아, 홍역 등 우리가 이미 충분히 퇴치했다고 여겼던 질병의 발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전염병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생태계의 관계가 급격히 변화할 때 생긴다. 전염병은 대부분 동물에게 있던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병원균이 어떠한 이유로 인간에게 옮을 때 발생하는 인수(人獸) 공통 감염병이다. 에이즈는 녹색원숭이, 사스는 사향고양이, 메르스는 낙타가 그 숙주라고 알려져 있다. 인구 증가로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병원균이 전파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도시 생활에 따른 인구 밀집과 교통·통신 발달은 그러한 새로운 질병의 국제적 전파를 매우 쉽게 만들어놓았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메르스 대란은 그러한 견지에서 충분히 발생이 예견됐던 것이다.
문제는 이렇듯 충분히 예상된 위험에 우리의 대비가 너무나 허술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밀집도와 해외를 오가는 인력 및 물자 규모로 볼 때 외국의 신종(新種) 전염병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신종 전염병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고, 의심스러운 상황이 벌어지면 즉각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내렸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와 의료계의 대응은 만족스러운 수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원래 역병(疫病)은 외적, 내란 및 범죄, 재해와 더불어 근대국가가 민생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대표적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근대국가는 군대·경찰·소방·방재 기구를 국가의 근간으로 삼는다. 근대국가의 공중 보건과 의료 시스템 역시 페스트나 콜레라 같은 대표적 역병과 싸우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지금의 메르스 사태는 근대국가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우리의 민얼굴을 국제사회에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치사율이 높은 역병이 번지는 사태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정부 구조나 행정 체계에서는 국가의 역량을 총집결하여 이 사태와 맞설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역병 전문가를 찾아볼 수 없다. 국가가 관심이 없고 투자를 하지 않았으니 공공 의료 역량과 수준으로서는 역병을 막기에 태부족이고, 전체 의료 기관의 95 를 차지하는 민간 의료 기관은 건강보험 제도 내에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판에 이러한 비상사태에 제대로 맞설 여력이 부족하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어느 정도 유보될 수밖에 없고 시민들도 검역과 격리에 협조해야 하지만 그러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니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고 갈등이 빚어진다.
메르스 사태가 다행히 진정된다 해도 분명한 사실은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 안보 차원에서 국가 방역 체계를 새롭게 갖추고, 의료 시스템을 정비하며, 보건 위생 및 의료 이용 준칙을 어릴 때부터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 이는 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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