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21536436
일 자
19.01.16
조회수
1451
글쓴이
김명신
2018 겨울 이화몰입영어-스피킹마스터프로그램(SMaP) 후기_Purple

SMaP을 신청할 당시 나는 2020년 2월에는 졸업을 해야 하는 3학년이었고, 그러려면 복수전공인 영어영문 수업으로만 2019년 봄학기를 21학점 들어야만 했다. 게다가 학기말 즈음에는 영문으로 된 졸업 논문마저 썼어야 했기에 나는 2018년 겨울방학은 온전히 영어에 헌정해야겠다고 방학 전부터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영어를 공부해야 하겠다는 막연한 다짐만 있을 뿐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 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던 상태에서, 대학 영어와 고급 영어를 수강할 때 에세이 첨삭을 도와준다고 들었던 영어라운지를 온라인 상으로 기웃거리게 되었고, SMaP과 EWIS를 마주하게 되었다. 사실 내 목표는 '2019년 가을까지 영어 논문을 무사히 제출할 수 있는 영어 실력 기르기'였기에 글쓰기 프로그램인 EWIS 쪽에 더 관심이 있었으나, 생각해보니 영어강의로 21학점을 들어야만 하는 2019년 봄학기가 더 문제였다.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데 글을 어떻게 쓰겠냐는 단순한 생각으로, '내년 여름엔 EWIS 를 듣고 이번 겨울엔 SMaP을 들어야지~' 하며 SMaP을 신청했다.


SMaP을 신청하면 분반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간단한 인터뷰 형식이고 질문도 거의 안부인사에 가깝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문법과 영어규칙을 무시한 채 되는대로 대답을 한 내가 Purple반에 배정된 것을 보면 아무래도 자신감을 척도로 수준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문과를 복수전공으로 선택하긴 하지만 나는 영어에 영 자신이 없고, 회화 수업은 이전에 들어본 적도 없으며 대학영어와 고급영어 점수도 썩 좋지 않다. 그런 내가 Purple반에 배정된 것을 보고, 나는 분반을 바꿀 수 있나 진지하게 게시판을 찾아봤다. 그러나 1교시, 그러니까 분반시험을 통해 고정된 반은 바꿀 수가 없다는 공지를 보게 되었고, 조금은 기가 죽은 채로 첫 수업을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프로그램에 만족한다. 특히 방학 때 기숙사나 자취방에 거주하며 이 프로그램 외에는 거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일 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추천한다. 나는 단기간이라도 영어만 쓰다보면 한국어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이 도시괴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SMaP 수업을 듣다가 편의점에 가서 점심으로 먹을 빵을 고르며 맘에 드는 게 없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영어로 웅얼거리면서 그게 도시괴담이 아니라 실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카오톡으로 가족들과 안부를 묻고 주말에는 친구나 가족들을 만나 한국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SMaP 수업을 듣는 동안에는 기본적으로 영어'만' 사용해야 하고 수업은 물론 점심 시간에 있는 튜터링 또한 최대한 학생들로 하여금 영어로 뭐든 말하게 돕고 있기 때문에, SMaP을 들으며 나는 개인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초등학교 때 잠시 다녀오던 영어마을의 스파르타식 버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확실히 SMaP은 효과가 있었다. 이 수업을 이틀 남겨놓은 지금 나는 일단 보이는 한국어마다 어떻게든 머릿속에서 영어로 번역해보려고 노력 중이며, 뜬금 없이 생각나는 단어들을 다 영어 사전에 검색해 틈틈이 외워놓고 있다. 수업을 복습하면서 배운 단어나 관용어구들도 발표 준비가 끝나면 다시 외울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되었든, 이 수업의 가장 큰 성과는 회화 자신감을 길러주면서도 공부 자극을 동시에 준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내가 내뱉은 문장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감을 얻음과 동시에, 수업 자료로 주어지는 매끈한 문장들이나 버벅거리는 내 모습에서 자극을 얻을 수 있다.


약 2주간 고정되는 1교시 수업은 분반시험 결과에 따라 배정되는데, 그에 따라 purple반인 나는 presentation&public speaking 수업을 들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수업은 따라가기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영어 그 자체보다는 발표를 할 때의 자세 또는 준비해야 할 스킬들을 기르는 수업에 더 가까웠다. 그말인즉슨 굳이 영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개인 발표 또는 조별 발표를 할 날이 오면 이 수업에서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단순한 회화보다는 공적인 스피치로서의 영어 발화&경청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2교시 수업으로 나는 Debate master와 Conversational grammer를 수강했는데, 전자는 말 그대로 영어로 하는 토론을 대비하는 수업이며, 후자는 기초적인 문법을 재정비하는 수업이다. 전자는 영어 토론 수업을 들을 일이 많이 남았거나 영미권 토론의 포맷을 익히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후자는 기초적인 문법부터 차근차근 재정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수업이다.


3교시 수업으로는 Sitcom& discussion과 Travel&culture을 수강했다. 전자는 The 3rd Rock이라는 미국 시트콤을 보면서 관용어구들을 습득할 수 있게끔 돕는 수업인데, 모든 수업이 다 그렇지만 복습 없이는 그냥 시트콤만 보다가 끝날 수 있는 수업이므로 필히 복습을 해야만 한다. 후자는 여행계획을 세우고 여행 박람회 컨셉으로 자신이 짠 여행 계획을 발표하는 수업으로, 영어로 대화를 하고 계획을 짜서 발표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는 수업이다.


마지막으로, 4교시 수업으로 나는 Job English와 Current Issues를 수강했다. 전자는 관심 있는 한국 기업들 중 하나를 골라 조사해 발표하는 수업치고, 후자는 오늘날 사회문제들을 조사해 토의하는 수업이다. 전자는 완전히는 아니지만 평소 기업에서 사용되는 사업 영어(?)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후자는 오늘날의 사회이슈들을 영어로 토의할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12/26일부터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SMap 수업을 들으며, 이 프로그램을 수강하기 전에 비해 확실히 영어에 친숙해진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며, 예상 외로 빡센 팀프로젝트와 발표일정을 견뎌내다 보면 왜 이 프로그램이 굳이 학점 3점을 부과하는 지도 알 수 있게 된다. 모든 수업과 공부가 그렇듯, SMaP도 주어지는 과제나 일정을 열심히 소화할수록 얻어가는 것이 큰 프로그램인 것 같다. 물론 일반 학원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내게는 값비쌌던 70만원 상당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만 열심히 임하자는 마음으로 나는 이 프로그램을 수강했고, 결과적으로 수강료가 전혀 아깝지 않다! 이 수업이 아니라면 한국에서 이 정도로 영어회화를 위한 환경이 잘 조성된 수업을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재학생이나 학부생 외에도 다른 학교에서 참석하신 분들도 더러 계시다.


수업 외에도, 대화를 나눌 일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보니 친한 동기 또는 선후배를 과 상관 없이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데에 거부감이 없고, 영어 회화는 물론 영어 그 자체에 좀 더 친숙함을 느끼길 원하는 분이라면 이 프로그램을 선택하셔도 아마 후회는 없을 것이다. 자기가 최선을 다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적어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는 말 못하지만 다음 학기 영어 강의는 큰 무리 없이 들을 수 있을 것 같고, 평소 즐겨보던 영어 시트콤도 보다 주의깊게 표현 하나 하나 듣고 정리하게 되었으며 영어 뉴스에도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정도면 내가 목표했던 바는 충분히 이루었고,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얻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나로서는 당연히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다. 이 프로그램을 수강한다고 해서 영어 회화 실력이 몰라볼 정도로 늘지는 않으나, 적어도 앞으로 스스로 영어 실력을 개척해 나가는 데에 훌륭한 발판이 되어주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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