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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WS] 인종과 젠더 2026년 국제학술대회
"B/ordering the Global: Transnational Feminist Critiques from 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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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후기
지난 7월 9일부터 11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가 주최한 2026 국제학술대회 "B/ordering the Global: Transnational Feminist Critiques from Asia"가 열렸습니다.
오늘의 뉴스레터에서는 3월부터 7월까지 학술대회 개최를 위해 함께 애써 온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총 4차례의 리딩 세미나를 거치며 심도 깊은 토론을 이어왔는데요. 이들의 다양한 관점과 질문들이 학술대회와 어떻게 만났는지, 아래 글에서 확인해 보세요!
(글의 전문은 하단의 버튼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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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스페셜 이벤트
개회식 & 기조강연 후기
축사 | 이향숙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김미경 (한국여성학회장)
기조강연 | 멜 첸 Mel Y. Chen, 김현미 Hyun Mee Kim
후기 작성자 | 인턴 올리브, 노하연, 진시현
멜 첸 Mel Y. Chen
”Method’s Negative Imprint”
첫 기조강연자로 나선 UC버클리 젠더·여성학과의 리처드 및 로다 골드만 석좌교수 멜 첸(Mel Y. Chen)은 “Method's Negative Imprint”라는 강연을 통해 기존의 정통 학문 방법(method)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였다. 첸에 따르면 ‘방법’은 모호한 세계를 진술과 주장으로 바꾸는 일종의 변환 장치이다. (...) ‘방법’은 연구자와 연구 대상인 세계 사이를 매개하는 일종의 프레임이기에 왜곡을 일으킬 위험을 항상 내재하며, 탐구자로부터 바깥의 영역을 상상할 권리를 빼앗을 가능성이 있음을 깨달았다. 즉, 방법은 허용될 수 있는 공간과 그렇지 않은 학문적 공간을 가르는 학문의 경계로서 기능해왔던 것이다. (...) [인턴십] 리딩세미나에서 퀴어를 ‘정상성에 대한 거부’로 이해한다면, 퀴어운동과 다른 사회운동은 이 정상성에 대한 거부와 도전 의식을 공유하기에 이를 근거로 연대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 본 강연을 들으면서, ‘정상성에 대한 거부’로 특징지어지는 퀴어함과 정통 방법에서 벗어나려는 멜 첸 교수의 생각이 서로 공명함을 느꼈다. (...) 퀴어가 전통적 범주화와 방법을 흐리게 하는 대안으로서 제시된 반면, 한편으로 퀴어운동과 연구 속에서도 ‘방법’이란 것이 존재해 왔는지 궁금해졌다. (...) 어떻게 보면 정체성 정치와 당사자성이 퀴어운동의 기존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그 바깥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더 많은 연대의 확장 가능성과 새로운 상상이 생겨날 수 있는 ‘바깥의 영역’이 만들어지려면, 퀴어의 방법도 정체성의 언어에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멜 첸의 주장을 연상시키는 리딩세미나에서의 논의를 가져오며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퀴어를 정체성이 아니라 규범에 저항하고 경계를 흐리는 방법론으로 사유할 때, 함께 연대할 정치적 가능성이 더욱 넓게 열릴 수 있다.’
김현미 Hyun Mee Kim
”Crossing Intimate Boundaries: A Feminist Reflection on Globalized Korean Masculinities, Race, and Digital Violence”
김현미는 "Crossing Intimate Boundaries: A Feminist Reflection on Globalized Korean Masculinities, Race, and Digital Violence" 라는 제목으로 한국 남성성이 인종화되는 양상을 사유하는 과정을 나눴다. 출발점은 하나의 역설이다. BTS로 대표되는 한국 남성성이 부드럽고 돌보는 대안적 남성성으로 전지구적 욕망의 대상이 된 바로 그 시기에, 전 세계 비동의 딥페이크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 연예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한국식 유흥업소가 동남아시아에 그대로 이식되며 1,750명의 한국 남성이 베트남 여성들의 신상정보를 5년간 유통하며 "응징"한 '베트남 여성 박제방'의 존재가 드러났다. 김현미의 핵심 주장은 이 둘이 결코 모순이 아니라는 것이다. 돌보는 남성성과 폭력적 남성성은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회로망에서 함께 제조되고 학습되며, 여성에 대한 폭력은 남성들 간의 소속감과 연대를 생성하고 이를 확인시켜주는 하나의 매개체로서 작동한다.
(...) 서구 중심의 인종 위계(racial hierarchy) 속에서 아시아 남성은 오랫동안 '비남성적인 존재(desexualized)'로 타자화되고 배제되어 왔지만, 현대 한국의 하이브리드 남성성은 이를 비틀거나 역이용하였다. 아시아 남성은 다정하고 관리할 줄 아는 하이브리드 남성성을 통해, 스스로를 서양 백인 여성에게 매력적인 인종적 주체로 재위치화하였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점은 한국의 남성들이 서구 여성을 인종적인 자본으로 보는 반면, 개발도상국 여성과의 관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선진국 출신인 자신의 위상을 확인하려는 인종주의적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리딩세미나에서 다룬 한국 사회의 이주민에 대한 인종주의를 넘어 친밀한 관계에서도 인종주의가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백인 여성과 한국 여성, 동남아 여성은 단순히 피부색과 미의 기준에 의해 순위가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신분상승을 위한 자본으로서의 가치, 혈통과 출신국가의 경제적 수준과 문화적 배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여 자본화되고 평가됨을 알 수 있었다.
(...) 대신 김현미의 강연은 남성이 돌봄을 함께 분담하고, 타인 앞에서 기꺼이 취약해지며, 여성성을 열등하게 인식하지 않는 남성성, 무엇보다도 젠더권력 관계에서 인종주의를 넘어선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는 남성성을 상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앞으로 친밀한 관계에서 남성성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 그리고 현존하는 젠더권력과 위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평등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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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3 패널 발표 후기
| 동아시아 냉전의 빈틈 들여다보기: 국경과 젠더, 그 사이의 스크린 |
(인턴 안소현)
[Panel 1-2] B/ordering the Visual, Gendering the Nation:
Transnational Representations of Citizenship and Subjectivity in Cold War East Asia
한국 현대사에 특히 흥미를 느끼고, 앞으로 한국 현대사의 젠더적인 측면을 짚어보고 싶은 사람으로서, '동아시아 + 냉전 + 젠더’라는 키워드를 공유한 네 가지 연구 발표는 듣는 내내 너무나 흥미로웠다. 열전 직후의 아슬아슬했던 물리적 공간에서부터, (마지막 최우정 발표자가 언급한) 자유로운 시장의 공간으로 현대 한국, 혹은 동아시아가 넘어가는 흐름 속에서, 그 안에 있었던 당대 동아시아인들의 정동과 생활상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단순히 대문자 역사, 혹은 그 역사를 기록한 이들의 서사가 아니라—'국민 만들기'와 '주체 되기' 사이의 혼란 속에서 화교와 귀순자들이 생존을 위해 국가와 어떻게 협력했는지, 혹은 한때 '여대생'으로, 이후 '가정 경영자'라는 역할을 부여받은 여성들이, 배제된 사회의 틈새 속에서 소비를 중심으로 어떻게 자신들만의 영역, 특권을 만들어갔는지—그 동적인 역사를 (평소 역사 사료로 여기기에 쉽지 않았던) 생생한 시각 매체들을 통해 상상해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 국경을 건넌 뒤에도 끝나지 않는 경계: 필리핀 초국적 노동에서 만들어지는 책임의 정치 | (인턴 조예린)
[Panel 2-2] Responsibility, Risk, and Mobility in Philippine Transnational Labor
‘필리핀 초국적 노동에서의 책임, 위험, 이동성’ 패널을 듣기 전까지 내게 국경은 주로 국가의 출입을 허가하거나 막는 제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세 발표를 따라가며 국경은 입국 심사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약서와 가정, 소셜미디어, 심지어 노동자의 몸을 통해서도 계속 작동한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 패널은 필리핀 초국적 노동을 단순한 국가 간 이동이 아니라, 계약과 도덕적 판단, 의료적 판정이 이주노동자의 체류와 이동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선별하는 과정으로 바라보았다. 여성 가사노동자, LGBTQ+ 이주노동자, 남성 선원이라는 서로 다른 사례를 관통한 것은 이동의 기회를 얻은 노동자가 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책임감과 인내력, 도덕적·신체적 적합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 기록과 삭제 사이에서 다시 묻는 재생산 정의 | (인턴 진시현)
[Panel 2-4] Whose Life, Whose Rights? : Beyond Protection, Toward Reproductive Justice
2001년 여성계는 배아 연구를 금지해달라는 건의문을 냈다. 배아도 잠재적인 생명이므로 연구를 위해 파괴해서는 안 되고, 그런 연구를 허용하면 이미 '낙태왕국'이라 불리던 한국에서 낙태에 대한 사회적 반대가 더 약해질 것이라는 논리였다. (...) 그리고 2004년 황우석이 인간 배아줄기세포 추출을 발표하자 여성민우회 여성환경센터는 바로 다음 날 "여성의 몸은 난자 공급처가 아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배아 자체가 아니라 그 배아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난자가 누구의 몸에서, 어떤 조건으로 공급되는지를 정면으로 묻는 첫 번째 문제 제기였다. (...) 건의문에서 성명까지의 3년은 여성운동이 자기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지금 당연하게 쓰는 재생산 권리의 언어도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기존의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문제를 만나며 조금씩 만들어진 결과다. 따라서 새로운 언어는 더 나은 이론의 등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기존의 언어로는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 현실을 마주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점을 깨달았다.
| 가족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무엇을 다시 경계짓는가: 동아시아 보조생식기술과 친족의 재구성 | (인턴 조예린)
[Panel 9-5] Bordering Kinship: Race, Sexuality,
and the Governance of Reproduction in East Asia
세 발표를 듣는 동안 ‘가족을 만든다’는 말 뒤에 생각보다 많은 선택과 판단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공여 생식에서 이루어지는 기증자 선택, 대만 게이 아버지들의 정자 협상, 일본 LGBTQ+ 부모들이 사용하는 ‘아이를 위해서’라는 언어는 서로 다른 사례였지만, 그 과정에는 인종적 위계와 혈연에 대한 기대, 경제적 조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미래에 대한 예상이 함께 놓여 있었다. 보조생식기술(ART)을 다룬 이 패널의 질문은 누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가에만 머물지 않았다. 어떤 아이와 가족이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고 안전하며 책임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지가 오히려 더 중요한 문제처럼 다가왔다. (...) 가족을 보호하려는 판단 속에도 한국 사회가 어떤 차이는 받아들이고 어떤 차이는 부담스럽게 여기는지가 이미 스며들어 있었다. 부모의 사랑과 선의조차 인종적 위계와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이 오래 남았다.
| 우정이라는 이름의 학문 | (인턴 안소현)
[Panel 18-5] Unbordering: Queer Feminist Elsewhere in Korean Cultural Production
여기서 '우정'이란 사적인 친분이나 인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앎의 방식을 함께 발명해가는 관계적 실천이라는 뜻이었다. (...) 우정은 서로의 작업이 굳이 기존 지식의 언어로 번역되거나 흡수되지 않고도 존재하고 자라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 한국의 입양 서사가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사람들이 종종 '헛웃음'이나 어색한 웃음으로 반응하게 된다는 지적과 함께, "속도를 늦추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하고 인지하는 방식 자체가 이미 특정한 시간성과 인식의 틀에 묶여 있기 때문에, 그 틀을 늦추고 그 사이에 머무르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실천이라는 것이었다. (...) 퀴어함도, 재회도, 회복도 어떤 완결된 도착점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완결되지 않은 관계의 실천이라는 것. 그리고 그 실천의 자리에는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라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따뜻한 메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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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스페셜 이벤트 “Queer Throughlines: Lines, Spaces,
and Social Change” 북토크 후기
연사 | 주디 한 Ju Hui Judy Han
후기 작성자 | 인턴 올리브, 노하연
주디 한은 지난 10년을 회상하면서, 교회 내부와 외부에서 만들어진 퀴어 활동가들의 연대와 공동체들, 기억들과 싸움들이 그저 단편적인 선형적 이야기로 제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선'은 연속성의 감각이며,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인 동시에 역사를 관통해 이어지는 서사적 초점이다. 또한 그는 선이 “점처럼 끊어질 수도 있고, 얇고 가느다라서 무시하고 접어버릴 수도 있고, 우리를 묶어주고 살아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다양하고 변화 가능한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선이 때로는 추상적 요소에 그치지 않고 실재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 예로 그는 2017년 퀴어문화축제에서 퀴어활동가들과 퀴어 반대 시위대 간의 충돌 사이에 경찰에 의한 '경계선'이라는 물리적 분리가 존재했지만, 이것이 '소리를 막을 수 없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즉 분리를 위해 그어진 선이 역설적이게도 상호 마주침과 상호 인식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때 서로 다른 위치에 존재했던 규범적 삶과 비규범적인 삶이 같은 시공간에 배치됨으로써, 비일치에서 오는 어색함, 엉뚱하고 혼재된 감각이 만들어진다. 이는 책 전반에 걸쳐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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