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번역사상사

『중국 번역사상사』(원제: 20世紀中國飜譯思想史)는 중국 번역사상의 정수만을 추려 체계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고대 불경 번역사상을 비롯해 20세기에 활약했던 주요 번역가 10인의 독자적인 번역 담론들을 고찰함으로써 중국 번역발전사를 통시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20세기는 중국 번역 역사에 있어서 가장 풍성한 결실을 맺은 시기이다. 동서고금의 다양한 지식을 섭렵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정신적 유산을 새롭게 창조하고자 했던 지식인들이 이 시기 번역 작업에 대거 참여함으로써 많은 번역 작품과 다양한 번역 이론이 탄생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중국 번역 역사의 황금기를 이루었던 20세기 초와 중반기에 활약한 양계초, 엄복, 노신, 곽말약, 임어당, 주광잠, 모순, 부뢰, 전종서, 초국은 등 주요 번역 이론가들의 삶과 작품 및 번역철학을 집중적으로 탐구하였다. 이른바 ‘중국의 르네상스’를 선도한 이들 지식인의 번역 작품이 당대의 사회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또한 이들이 주창한 번역사상이 중국의 번역 이론의 발전 과정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 인물 중심의 구성으로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양계초나 노신, 곽말약, 전종서, 임어당 등은 위대한 사상가나 역사학자 혹은 작가로서 기존의 중국 역사와 문학 관련 책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지만 번역가로서의 일면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이 책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소개되어온 이들의 번역관 및 번역 이론을 따로 모아 번역학의 관점에서 심도 있게 기술한 연구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이제까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의 다양한 번역철학을 소개함으로써 한국 번역학계의 서구 일변도 연구 경향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