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임성준) 초청으로 방한한 바바 소장은 이날 한국과 아시아 교육자들이 참가한 유네스코 아·태국제이해교육원(APCEIU·원장 이승환) 국제교원 연수와 이화여대인문과학원(원장 오정화) 주최 '타자의 문화정치학'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 세계화와 정체성, 다문화 사회의 관용 교육을 주문했다.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바바 소장은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피지배자들이 지배 문화를 모방하는 과정에 담긴 저항이 지배의 방향을 역전시키며 문화적 혼성성(hybridity)을 구성한다는 탈식민주의 이론은 문학과 철학, 문화연구, 여성연구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스스로 피지배자이자 피부색깔이 다른 소수자의 정체성을 경험한 그는 아시아인들이 자신의 문화에 자신감을 갖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를 위한 꿈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는 데서 생깁니다. 글로벌화 세계에서 특정 국가의 문화적 우월성이 차지할 자리는 없습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와 지역 영화의 대립을 예로 들었다. "할리우드의 '문화 침투'로 프랑스 영화가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에서 오는 문제는 구조의 문제이자 내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규제 강화보다 좋은 영화학교를 세우고 좋은 영화관에 투자할 수 있는 정책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진보입니다."

바바 소장은 강연과 인터뷰 내내 세계화 시대에서 한 나라의 문화와 사회를 풍부하게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문화를 번역된 상태로 향유하는 개방성·혼성성이며, 관용의 교육을 통해 이를 얻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하버드대 인권연구소장으로 있는 부인 재클린 바바(Jacqueline Bhabha) 소장도 함께 방한했으며 5일 인권위원회와 이화여대 국제 콘퍼런스에서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