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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수정
경계 안쪽과 바깥 사이, 탈경계에 담겨 있는 풍요로움을 읽다 (2012.4.10 경향신문)

경계 안쪽과 바깥 사이, 탈경계에 담겨 있는 풍요로움을 읽다

ㆍ‘사이 시리즈’ 1차분 3권 출간

학문에서 ‘경계’는 희미해지고 있다. 전공 사이의 경계, 아카데미와 대중 사이의 경계도 그렇다. 통섭이니 컨버전스니 혼종성이니 하는 말들의 유행은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이 기획한 ‘사이 시리즈’는 ‘사이에 담겨 있는 풍요로움’을 읽어내는 걸 목표로 한다. “경계 안쪽의 대상에 대한 면밀한 탐구와 경계 바깥의 존재에 대한 반성적 사유”로 탈경계 시대의 사유를 전개한다. 시리즈 각 권은 두 개의 키워드를 설정해 그 사이에서 어떤 상호작용이 오가는지 탐구한다.

1차분 3권이 먼저 출간됐다. 철학의 오랜 주제인 ‘주체와 타자 사이’를 다룬 <여성, 타자의 은유>(김애령)는 한 여성 철학자의 고민을 담는다. 그는 생각하는 ‘주체’이면서 그가 접하는 텍스트 속에선 ‘타자’였다. 에마뉘엘 레비나스, 프리드리히 니체, 자크 데리다 등 주체의 동질성을 비판해온 철학자들은 타자를 주체의 시선에서 재현하는 딜레마를 피하기 위해 은유라는 우회로를 택했고, 이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은유를 종종 사용했다. 그러나 여성은 과연 은유로 소비될 뿐이고, 주체로 설 수는 없는가. 저자는 이들 철학자의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독해한다.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를 다룬 <보는 텍스트, 읽는 이미지>(조윤경)는 장르의 경계를 해체하면서 지평을 넓힌 새로운 예술을 다룬다. 그림 안에 단어, 문장을 삽입했던 르네 마그리트, 시어들을 그림 형태로 배열한 기욤 아폴리네르, 글씨를 쓴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 피터 그리너웨이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매체와 지각 사이’를 이야기하는 <매체, 지각을 흔들다>(천현순)는 인간의 지각을 변화시켜온 매체들의 역사를 들려준다. 짧은 시에 의미가 모호한 그림을 곁들이고 제목을 단 르네상스 시대의 ‘엠블럼’은 상징을 시각화해 세계의 본질을 암시했다. 이는 중세 사람들의 평면적 세계관을 뒤흔들었다. 1930년대의 포토 저널리즘은 사진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음으로써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요즘의 컴퓨터 게임은 플레이어가 가상 현실에 참여하고 조작해 인간의 인식을 재구축하고 있다.

‘사이 시리즈’는 앞으로 인간과 기계 사이, 예술과 기술 사이, 소설과 영화 사이 등으로 이어진다. 그린비. 각권 9800원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4101927425&code=9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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