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12553794
일 자
17.10.19
조회수
339
글쓴이
윤수정
주체/타자, 텍스트/이미지 ‘사이’를 탐구하다 (2012.4.5 문화일보)

주체/타자… 텍스트/이미지… ‘사이’를 탐구하다

이화인문과학원, 시리즈 1차분 3권 출간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섭'이 학계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근대 문명이 구축해 놓은 강력한 경계선들이 해체되는 '탈경계'의 시대다. 하지만 탈경계는 단순히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계 안쪽의 대상에 대한 면밀한 탐구와 경계 바깥의 존재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포함한다. 아울러 탈경계는 영역들의 경계가 날카로운 선으로 그어진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틈새와 여지를 품고 있고, 그 '사이'에 담겨 있는 풍요로움을 읽어내야 함을 의미한다.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이 '사이'라는 공간과 주제에 초점을 맞춘 '사이 시리즈' 1차분 3권을 내놓았다. '주체와 타자 사이: 여성, 타자의 은유'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 보는 텍스트, 읽는 이미지' '매체와 지각 사이: 매체, 지각을 흔들다' 등 시리즈의 각 권은 두 개의 키워드를 설정하고 그 '사이'에서 어떤 상호작용이 오가고 관계가 구성되는지, 나아가 어떤 새로운 존재와 사유가 싹트는지를 탐사했다.

시리즈의 첫번째 책 '주체와 타자 사이: 여성, 타자의 은유'는 서구 철학 속에서 주체로 자리잡지 못하고 언제나 타자로 머물 수밖에 없었던 존재로서의 '여성'에 대해 고찰한다. 대표적인 '타자의 철학자'로 꼽히는 에마뉘엘 레비나스, 프리드리히 니체, 자크 데리다의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독해한다. 저자는 "레비나스, 니체, 데리다는 언어화의 한계 너머에 있는 타자의 타자성을 가시화하기 위해 여성 은유를 사용한다"며 "여성 은유는 타자의 타자성을 설명하기보다는 보여 주고, 기술하기보다는 묘사해왔다"고 설명한다.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 보는 텍스트, 읽는 이미지'는 르네 마그리트, 폴 엘뤼아르, 기욤 아폴리네르 등 텍스트와 이미지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예술 형식을 모색해 왔던 초현실주의자들의 작업을 통해 '사이'에서 피어나는 상상력의 예술들을 엿봤다.

각 시대의 매체는 세계관의 변화를 선도하는 핵심적인 수단이었고, 이렇게 변화된 시대는 언제나 다시 새로운 매체를 갈구해 왔다. '매체와 지각 사이: 매체, 지각을 흔들다'는 바로 이 '매체와 지각 사이'에 주목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매체들(엠블럼, 사진, 컴퓨터 게임)이 인간의 지각과 세계관을 변화시켜 온 방식을 탐구했다.

이화인문과학원은 "'사이 시리즈'를 통해 인문학과 타학문, 학문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듦으로써 독자들과 폭넓게 소통하고자 한다"며 "'인간과 기계 사이' '예술과 기술 사이' 등의 주제로 매년 3~5권씩 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view.html?cateid=1026&newsid=20120405142105300&p=munhwa

다음글 사람은 외로운 섬이지만 홀로 외롭지 않다 (2012.4.11 오마이뉴스)
이전글 인문지식 사회에 환원하는 ‘탈경계 소통’ (2012.5.30 교수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