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이 오랫동안 무슬림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러면 안된다."
차옥숭 교수는 대뜸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1·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유대인이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국가가 전쟁을 하면 이슬람 편을 들었다"며 "그리스도교는 자신들을 계속 박해한 반면, 이슬람은 손님으로 예우하면서 보호를 해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세월 유례없는 인종 절멸 프로젝트의 피해자였던 유대민족이 또 다른 인종 절멸을 방불케 하는 전쟁을 수행하는 것을 보며, 참상의 뿌리를 추적한 종교학자 차옥숭 교수를 인터뷰했다.

차옥숭 교수는 1951년 생/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및 대학원 졸/

독일 프랑크프르트대학 종교학으로 철학박사 학위/ 한일장신대

교수, 이화여대 연구교수 역임

■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이 언제 시작됐나.

19세기 유럽 전역에 퍼져갔던 반유대주의, 그중 프랑스에서 있었던 간첩조작사건인 드레퓌스 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시온주의 운동에 의해서 유대인들의 식민화를 목표로 하는 이민의 물결이 팔레스타인의 변화와 참상의 시작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영토분쟁은 1947년 11월29일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분할안이 의결되면서 시작됐다. 총회 결의 181호는 팔레스타인 전지역의 56.4%는 유대국가에, 42.88%는 아랍국가에 할당했다. 그 당시 팔레스타인인들은 전 지역 중 87.5%를 소유했던 반면, 유대인들은 6.6%만을 소유했을 뿐이다.

당연히 팔레스타인인들은 유엔 분할안을 거부한 반면 유대인들은 이를 받아들여 1948년 전쟁이 발발했다. 전쟁결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78%를 장악했고, 나머지 22% 중 가자지구는 이집트, 웨스트 뱅크지구는 요르단의 통치하에 놓이게 됐다. 이스라엘의 독립이 팔레스타인에게는 대재앙인 셈이다. 그 이후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고 땅을 차지하면서 저항이 일어나고 분쟁이 벌어진 것이다.

■ 그 이전에는 문제가 없었나.

1·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유대인이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국가가 전쟁을 하면 이슬람 편을 들었다. 그리스도교는 자신들을 계속 박해한 반면, 이슬람은 손님으로 예우하면서 보호를 해줬기 때문이다.

■ 이슬람은 '한 손에는 꾸란(코란), 한 손에는 칼'을 내세워, 개종하지 않으면 다 죽인다고 알려졌는데

그게 그리스도국가와 이슬람국가가 싸울 때 그리스도국가에서 쓰던 선전구호였다. 우리는 그걸 그대로 교과서에 넣어 이슬람에 대해 편협한 이미지가 생긴 것이다. 너무 서구 중심적 일방적 교육을 받아 균형을 잃어 버렸다. 실제로는 이슬람만큼 다른 종교전통에 관용적인 종교는 찾기 어렵다. 초기 무슬림 지도자들은 개종을 바라지도 달가워하지도 않았다. 인두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 그리스도교란 표현을 쓰는데

난 기독교인이다. 하지만 가톨릭과 개신교를 별로 구별하지 않는다. 예전에 가톨릭과 개신교 학자들이 모여 그리스도교로 통일하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이것을 존중하는 것이다.

■ 이슬람국가에서도 그리스도교를 믿는 게 허용된다는 뜻인가.

무함마드가 이슬람교 경전인 꾸란에서 '성전이 있는 종교는 함부로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타 종교인들의 목숨을 해쳐서도 안되고 개종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이게 꾸란의 가르침이기 때문에 무슬림들은 정복지에서 피정복민들이 세금만 내면 보호해주고 종교의 자유도 누릴 수 있게 해줬다. 우마르, 무야위야, 살라딘이 정복지에서 행한 미담이 대표적 사례다.

■ 십자군전쟁 때를 말하는 것인가.

12세기경 유럽에서 십자군전쟁을 한다며 그리스도교인들이 예수살렘까지 오면서 유대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십자군이 승리하면 그쪽에 가서 유대인이나 무슬림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태워죽이고 정말 잔인하게 죽였다.

하지만 2차 십자군 전쟁에서 무슬림인 살라딘이 점령하면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보복할 것 같았는데 안그랬다. 그리스도교인들도 금화 한닢만 내면 풀어줘다. 금화가 없으면 은화를 내고, 그것도 없는 가난한 사람은 그냥 풀어줬다. 그의 관대한 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많다.

■ 살라딘 장군때 말고는 어떠했나.

팔레스타인 땅은 유대인과 그리스도인, 무슬림이 돌아가며 다스렸다. 다윗왕 때부터 550여년간 유대인들이 이 지역을 다스렸다. 그 후 그리스도인들이 400년 남짓 통치했고, 무려 1200여년간 무슬림이 다스렸다. 무슬림 시절 소수의 통치자를 제외하면 유대인이나 그리스도인들과 평화롭게 공존했다. 16세기까지만 해도 그들은 서구 문명에 대한 우월감과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으로 관대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 최근에 무슬림들의 잔혹성이 다시 부각되는데

캐나다 종교학자인 해롤드 카워드 교수는 '근대 이슬람의 전투적 성격은 전투적 그리스도교나 전투적 유대교에 대처하는 이슬람의 당연한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세 무슬림들은 다른 집단보다는 다른 여러 종교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었고, 유대교나 그리스도인들보다 훨씬 객관적이었다'고 말했다.

■ 세 종교의 교리는 어떤가.

세 종교는 모두 하느님은 한 분이고, 아브라함과 모세와 야곱의 신앙을 이어받고 있다. 같은 것을 믿는다. 유대교의 히브리성서를 그리스도교는 구약성서라 하고, 이슬람은 타우라트라 한다. 차이도 있다. 유대교는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고, 이슬람은 예수를 위대한 예언자 중의 한 명으로 보지만 하느님의 아들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또 이슬람은 무함마드를 예언의 완성자로 말하는데 유대교와 그리스도교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세 종교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반영해 변해 온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유대교의 배타적 선민주의는 오랜 침탈과 망국의 고통 속에서 단단해진 것이다. 이슬람교가 다른 두 종교에 대한 우월성을 말하는 것은, 절대 신념체계로서 절대성을 상실하지 않으려는 당연한 노력이다.

■ 예루살렘이 세 종교의 성지이자 전장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유대인에게 예루살렘은 고향이다. 아브라함과 모세 등 선조들의 땅이자, 하느님이 약속한 땅이다. 예루살렘은 유대민족과 하나로 묶여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예루살렘은 그들이 믿는 종교의 근원에 가보고자 하는 열망과 연결된다.

무슬림에게 예루살렘은 위대한 예언자들의 도시이며 고귀한 성소다. 또 무슬림에게 예루살렘은 무함마드가 재림해 올 곳으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성지다.

■ 예수 무덤위에 세워진 성당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나.

예수의 무덤위에 세워진 그리스도교 성지(聖地) 무덤성당의 소유권은 6개 교파가 나눠 갖고 있다. 그리스 정교회, 프란체스칸, 아르메니아 정교회, 콥틱 정교회, 에티오피아 정교회, 시리아 정교회가 그것이다. 성지를 차지하려는 세계 열강의 각축전이 계속되자 1852년 오스만투르크제국은 '현상유지법'에 이같이 명시했고, 이는 1878년 러시아와 오스만제국을 비롯한 영국 독일 등이 서명한 베를린조약에서도 이를 명시해 국제적 공인을 받았다.

하지만 실질적인 무덤성당의 주인은 무슬림이다. 12세기 십자군으로부터 예루살렘을 되찾은 살라딘은 무덤성당의 출입문을 하나만 남기고 폐쇄한 후 그 열쇠의 무슬림 두 가정에 주었다. 한 집에는 열쇠를 보관하는 권한을, 다른 한 집에는 그 열쇠로 무덤성당의 출입문을 여닫는 권한을 주었고 그 권한은 지금까지 유지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교 6개 교파가 무덤성당의 권리를 나눠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무슬림이 되는 것이다.

■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올 가능성은 없나.

미약하지만 종교를 뛰어넘는 연대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여성들이 공동으로 단체를 만들어 반목과 적대를 거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유대인과 아랍인이 공동으로 평화의 마을을 만들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네베 샬롬이란 곳인데 30년전에 만들어져 60가구가 살고 있다. 유대인과 아랍인 가구가 각각 30가구이고 세 종교가 모두 공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유대인들이 이를 공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