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한인사회의 성장사 1903 ~1940

이선주·로버타 장 지음｜이화여대출판부｜382쪽｜2만4000원

1901~1902년 조선은 극심한 가뭄으로 굶어 죽는 이들이 속출했다. 당시 주한 미국 공사 호레이스 알렌은 근심에 빠진 고종(高宗)에게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할 외국인 노동자 모집이 한창"이라며 이주 정책을 건의했다.

하와이로 이민 온 한국 남성들은 자신의 젊었을 적 사진을 인편(人便)으로 한국에 부지런히 보냈다. 나이 어린 한국 소녀들은 이 사진을 보고 신랑감을 선택한 뒤 하와이로 건너왔다. 생면부지의 남녀가 태평양 한복판의 타향에서 가족이 되는 과정은 훗날 '사진 결혼'이라고 불렸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2세대 한국계 미국인 로버타 장과 이선주 이화여대 연구교수가 하와이 한인 2세 19명의 증언을 녹취한 기록을 바탕으로 펴낸 책이다. 로버타 장이 1993년부터 20년간 100여명을 인터뷰한 녹음 자료를 이화여대 인문과학원에서 간추리고 편집한 학문적 협업(協業)의 결과물이다.

한인 부모들은 밥상머리에서도 두 살배기 딸에게 "독립 만세"를 삼창(三唱)한 뒤에 식사하도록 했다. 고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독립 자금을 모아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독립군을 지원한 하와이 한인들의 증언은 지금 읽어도 사뭇 감동적이다. 나라를 빼앗긴 이들은 미국에서 '일본인'이라는 오해와 냉대에 시달리면서도, 자식들을 하와이 대법원의 수석재판관과 변호사, 패션 디자이너 등으로 길러냈다. 태평양을 건너도 '교육열'은 한민족의 DNA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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