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의 경제 리더십과 창조경제
박성훈
(한독경상학회 회장)
1. 독일과 한국의 경제리더십
지난 5-10년의 기간 동안 한국과 독일의 글로벌 및 지역경제에서의 리더십이 크게 신장되었다. 우선 독일의 경우2008-2009년의 기간 중 발발한 글로벌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의 와중에서 (1)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Hartz Reform으로 대변되는 전반적인 경제개혁의 성과, (2) 자동차, 기계, 화학 산업 등 제조업 분야에서의 국제경쟁력에 힘입은 지속적인 수출확대 및 경제성장, (3) 다른 나라들과 대비되는 중소/중견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지속적 확대 등의 요인에 힘입어 글로벌금융위기의 조기극복 및 유로존 내에서의 지도적 지위 강화 등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독일과 마찬가지로 글로벌금융위기를 조기에 모범적으로 극복한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는 독일과 유사하게 한국경제가 전자, 자동차산업 등의 주력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세계시장점유율을 확대하였다는 점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특히,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단행되었던 기업구조조정의 노력이 글로벌금융위기라는 새로운 위기가 대두되어 한국경제의 복원력(resilience)을 시험했을 때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기제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2000년 ASEM 정상회의, 2005년 APEC 정상회의 및2010년 G20 정상회의 및 2011년 핵안보 정상회의 등 일련의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사회에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2009년 한국이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의 정식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한국의 경제리더십은 국제사회의 새로운 조명을 받게 되었다.한국은 이 외에도 독일과 유사하게 지역통합에서의 리더십을 꾸준하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미국 및 EU와 동시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라는 점은 한국이 독일처럼 향후 지역통합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본인은 지난 10여년의 기간 동안 독일과 한국의 경제적, 정치적 리더십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으며, 이러한 추세는 향후 일정기간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2. 양국이 당면한 도전
이러한 비교적 희망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한국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독일과 한국은 공히 소득수준의 양극화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독일의 경우 Hartz Reform에 의해 전반적인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경제체질의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는 했으나, 그 반작용으로 저임금일자리의 양산이라는 문제점이 나타난 것이다. 지속적으로 축소되기는 하였으나, 동서독 사이에 아직 존재하는 소득수준의 격차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아직도 진행형으로 평가되고 있는 유로존 재정위기 및 이에 따른 독일 금융권의 건전성 훼손 가능성과 예상되는 재정부담의 증가 등도 독일경제에 커다란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소득수준의 양극화 및 청년실업 문제의 대두가 커다란 도전요인이 되고 있다. 대부분 민주적 절차를 따라 진행되는 독일의 노사관계 및 단체교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도 갈등과 분쟁의 성격을 가진 노사관계가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발견되고 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도 독일과 같은 모범적인 상생구조가 아직 구축되어 있지 않다. 이는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즉, 대기업의 뛰어난 경쟁력이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경제의 이중구조가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10여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중국경제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도 향후 한국경제의 지속가능발전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 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 독일과 한국의 창조경제
실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독일과 한국은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노력은 비단 독일과 한국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제조업 부활, 에너지 자급, 중소기업 지원 강화, 교육의 질적 향상, 재정 건전성 확보 및 오바마케어를 통해 새로운 성장 패턴을 만들고자 하는 신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소위 아베노믹스 경제정책을 통해 20년간의 침체에서 탈피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독일이 속해있는 유럽연합은 Europe 2020을 채택하여 이노베이션 연합의 적극적 지원, 경쟁력 확보를 위한 디지털 어젠다 추진, 글로벌 차원의 산업정책 추진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여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체제에 뛰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독일과 한국도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두 나라가 공히 “창조경제”라는 화두를 통해 미래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우선 독일의 새로운 전략에서 눈에 띠는 것은 “Industry 4.0”이라 불리는 신산업정책이라고 하겠다. 주지하다시피 독일의 제조업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으나, 독일 정부는 심화되고 있는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제조업의 진화를 통한 미래경쟁력 확보를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하게 되었던 것이다. 즉,미래 경쟁력의 확보는 제조업과 같은 전통산업에 IT 시스템을 결합하는 인텔리전트한 스마트 공장(Smart Factory)으로의 진화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전략적 개념이 바로 Industry 4.0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내고 독일경제가 그 주역으로 부상해야 한다는 전략을 2013년부터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2013년 출범한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보다 직접적으로 “창조경제” catch phrase를 통해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 고용 증진 및 지속가능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추구하는 창조경제는 (1) 인적자본, (2) 연구개발혁신자본, (3) ICT 자본, (4) 문화자본, (5) 사회적 자본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창조경제역량을 최대한 결집하여 미래경쟁력의 확보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독일의 전략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창조경제는 지난 30여년간 한국경제 성장의 근간을 이루어 왔던 자본투입 중심의 추격형 전략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하며, 특히 과학기술과 인적자본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함으로써만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산업을 육성할 수 있고, 또 이를 통한 미래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에 기초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모든 분야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을 접목시키고, 산업간 융합을 촉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는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창조경제 역량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중위권인 20위로 기록되었다. ICT 자본 및 혁신자본 지표에서는 OECD 회원국의 평균치를 각각 크게, 그리고 소폭 상회하고 있으나, 그 외의 세 가지 지표에 있어서는 평균치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에서 11위를 차지한 독일의 경우는 ICT 자본을 제외한 모든 지표에서 OECD 회원국 평균을 능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이렇게 볼 때 독일과 한국이 추구하는 창조경제 전략의 방향이 보다 두렷하게 나타난다고 하겠다. 독일이 추구하고 있는 Industry 4.0 전략은 특히 독일경제가 부족한 ICT 분야의 인프라를 보다 효과적으로 그리고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자신들이 전통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주요 제조업과 접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내자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주요 경쟁 국가들에 비해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여건이 불리한 처지에 있는 한국의 경우 보다 강력한 정책집행의지와 효과적인 정책수단의 채택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상에서의 분석은 독일과 한국이 서로 협력해야 할, 그리고 협력함으로써 상생할 수 있는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야말로 한독포럼에서 이 이슈를 논의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발표자는 향후 창조경제 전략을 추진함에 있어서 양국이 동반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어 양국 간 협력이 보다 강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한 토대는 두 정상 간의 매우 끈끈한 유대관계,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 성과 등에 의해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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