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의 준비: 과제와 전략”
최진욱 (통일연구원 원장)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 극복>
한국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쟁과 대결을 거치면서 남과 북 사이에 불신과 적대감이 쌓였고 오랜 세월 떨어져 살다보니 언어와 생활습관도 달라지면서 하나의 민족으로서 동질성이 약해지고 있다. 남과 북이 이념과 정치체제가 너무 다르니 통일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증가하고 천문학적 통일비용까지 생각하면 차라리 평화가 정착되고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면 된다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게 되었다. ‘사실상의 통일론’이자 사실상의 공존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1월 6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통일을 기회와 희망으로 보는 긍정적 통일담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과거 통일논의는 통일 비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통일의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이제 통일대박론은 편익 중심의 통일논의를 선언한 것이다.
<통일의 의미>
박근혜정부에서는 통일의 진정한 의미를 국가, 정치, 경제 같은 거대 담론보다는 개개인의 행복에서 찾고 있다. 과거 통일한국의 비전으로 세계중심국가나 경제대국과 같은 국가차원의 거창한 비전이 제시되었으나 박근혜 정부의 “행복한 통일”은 통일을 개개인의 삶의 향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통일이 되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다.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에 대한 관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나아가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개개인들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곳곳에도 혜택이 된다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국가는 커지고 강해지지만, 나 개인에게 무슨 혜택이 되는가가 많은 사람들의 의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통일을 개개인의 복지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 불가역적인 남북관계의 진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어떻게 하면 남북관계에서 불신과 대결의 악순환을 끝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제안되었다. 과거 남북관계는 앞으로 진전하는 듯 하다고 후퇴하기를 반복하였으며 남북관계의 근본적 문제는 신뢰의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하였다. 남북관계에서 불신과 대결의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서는 불신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간 신뢰 형성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나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 ‘대북정책의 수단’에서 ‘남북관계의 무형의 인프라’로
과거에도 남북관계에서 신뢰의 중요성이 언급되기는 하였으나 대북정책의 키워드로 ‘신뢰’가 사용된 것은 박근혜정부가 처음이다. 과거 대북정책에서는 포용, 원칙, 전략적 인내 등과 같은 정책 수단을 둘러싸고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는 신뢰라는 무형의 인프라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강경과 온건, 대화와 안보와 같은 과거의 이분법적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강경할 때는 더 강경하게 유연할 때는 더 유연하게 한다는 것이다.
□ 벽돌을 쌓듯이 차근차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과속과 정지 모두 주의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는 남북관계를 방치하거나 과욕을 부리는 것 모두를 배제한다. 핵문제나 정치적 사안에 모든 남북관계를 연계시켜서 중단시키기 보다는 인도적 지원과 대화노력 등을 통해서 신뢰구축 노력을 지속한다. 동시에 남북관계가 잠시 진전되는 듯 하다가 다시 후퇴하지 않도록 과욕을 부리지 않고 신뢰수준에 맞게 남북관계를 차근차근 진전시키도록 한다.
<통일 준비 전략>
통일대박론이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 것 아닌가 하는 일각의 의구심 제기가 있으나, 오해에서 오는 억측일 뿐이다. 박근혜정부는 출범과 함께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국정기조의 하나로 포함시켰다. 통일이 국정기조에 포함된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통일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통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통일대박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을 향한 민족의 여정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통일을 향한 긴 여정은 정부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 국민들의 역량이 결집되고 국제사회의 지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북한주민들이 대한민국의 체제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통일로 가는 길에는 많은 난관과 도전에 직면하겠지만 분명한 비전과 목표가 있으니 좌절하지 말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통일대박론의 진정한 의미이다.
<통일 준비 과제>
2014년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은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천명한 대북정책 및 통일정책의 추진방향을 구체화한 것이다.
인도적 지원, 민생인프라 구축, 남북한 동질성 회복 등 3대 대북 제안들에는 모자 1000일 패키지, 농업, 축산 및 산림을 동시 개발하는 ‘북한농촌단지’ 조성을 위한 남북협력, 교통·통신 등 가능한 분야의 북한 인프라 건설 투자와 한국의 북한 지하자원 개발 참여, 남북러 협력 사업, 남북중 협력 사업 등이 포함된다.
「민생 인프라」 구축 추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민생 인프라」 구축은 북한 ‘정권 - 주민’의 분리접근 효과를 추구할 수 있으며, 북한 주민으로 하여금 우리 한국에 대한 희망과 통일 동반자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민생 인프라」는 일회성이나 이벤트 식 교류협력이 아닌, ‘지속 가능한’ 민생 지원의 제도적․체계적 메커니즘 구축을 의미한다. 초기 식량 지원에서 시작하여 인도주의적 지원이 점차 의식주 생활 전반의 체계적 개선을 위한 지원으로 발전한다.
셋째, 「민생 인프라」는 ‘통일 지향형’ 대북 지원이다.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대북지원을 통해 북한과 협력하고 북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즉, 인도주의적 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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