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한국의 정치 상황 l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정치상황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면 오늘의 한국의 정치상황은 아주 불안하다. 6월 23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 44%, 반대 49.3%로 나왔다. 반대가 지지보다 높게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1월 6일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한 직후 그에 대한 지지율은 기자회견 전 보다 6% 상승한 54.5%를 기록했다.
통일 대박론에 많은 국민들이 열광했다. 통일 대박론은 통일로 가는 과정을 건너뛰어 통일이 된 뒤 남북한 국민들이 경제적인 노다지/jackpot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슬로건이었지만 국민들은 마침내 통일이 시야에 들어 온 것 같은 생각에 박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런 분위기는 3월 대북정책에 관한 드레스덴(Dresden) 연설로 더욱 고조되었다.
그런 통일의 유포리아(Euphoria)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4월16일 일어난 세월호 침몰의 비극이다. 대부분이 고등학생인 승객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것은 단순이 거친 파도의 공격을 받아 여객선이 침몰한 불가항력의 사고가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부패한 정부 관리들과 선박 감독기관 간부들과 선박회사 경영진의 유착관계가 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지자 비판의 화살이 박 대통령에게 쏠렸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국무총리가 사임을 발표하고, 관련된 정부기구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몇 명의 장관들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사태가 진정되고 정치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다시 박 대통령에게 불상사/불행이 일어났다. 후임 국무총리에 지명된 사람이 변호사 시절 과도한 변론 수수료를 받은 것이 밝혀졌다. 그는 검사와 대법관 출신이었다. 그가 즉각 전관예우를 받았다는 여론의 반발에 부닥쳤다. 전관예우라는 것은 현직 검사와 판사들이 검찰과 법원의 고위직에 있던 선배 법조인들이 변론을 맡은 사건을 유리하게 판결하고, 그래서 부자 클라이언트(Client)들이 그런 변호사에게 막대한 수임료를 내고 사건을 의뢰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관예우가 한국서는 대단히 민감한/Hyper-sensitive한 문제다. 문제의 총리 후보는 즉각 사퇴했다.
지난 6월 이런 환경에서 실시된 서울시장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사실상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지를 묻는 국민투표/Referendum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여당이 크게 패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선거 결과는 여당과 야당의 승리도 아니고 패배도 아닌 것으로 끝났다. 서울, 부산, 인천 시장과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경기도 지사를 어느 당이 차지하는가가 승패의 중요한 기준이었는데 야당은 서울에서 이기고 부산, 인천, 경기도에서 패배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2017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낳았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던 유력한 후보들이 서울과 인천에서 낙선했다. 그 결과 서울 시장으로 재선된 박원순이라는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이 2017년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오늘 현재는 여당과 야당을 통틀어서 다음번 대통령 후보로 그가 압도적인 1위다.
그러나 그에게는 잠재적인 강적이 나라 밖에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의 어떤 정치인보다도 인기가 높다. 반 총장의 임기는 절묘하게도 2016년에 끝난다. 여당에서 박원순 시장을 이길 마땅한 후보가 등장하지 않으면 반 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영입/Recruit할 가능성이 높다. 반 총장은 이런 분위기를 알고 이번 여름에는 본국휴가/home leave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월호 위기가 수습되어 가고 지방선거를 무승부로 끝낸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이후의 모든 비정상을 정상으로 회복하고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통일 대박의 장정/Long March를 재개하려는 순간 박 대통령의 Leadership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건이 터져버렸다. 후임 국무총리로 지명된 전 중앙일보 주필이 헌법 절차에 따른 인준을 받기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사퇴하는 사태에 몰린 것이다. 그는 교회에서 한 강연이 친일/Pro-Japan 발언으로 오해되어 여론 재판을 받고 물러났다. 두 명의 총리후보가 잇달아 사퇴를 한 것, 두 달 전에 사표를 낸 총리를 다시 유임시킨 것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Leadership)에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2012년 2월에 취임한 박 대통령의 임기는 2018년 1월까지다. 그러나 세월호 사태와 거듭된 총리와 장관 인사/人事의 실패로 박 대통령은 빨리 레임덕(Lame duck)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그가 세월호 사태의 충격 속에서 약속한 국가개조 수준의 국가 운영 시스템(System)의 개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박을 기대하는 그의 통일 정책도 원동력/Impetus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7월 30일 박 대통령은 또 한 번 국민들의 심판을 받는다. 그날 15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을 다시 뽑는 선거가 실시되는데 여당이 4개 이상의 선거구에서 이기지 못하면 국회에서 여당의 과반수가 무너진다. 현재 국회의 전체 의석은 300석이고 여당인 새누리당이 147석, 군소정당을 합친 야당의 전체 의석은 138석이다. 그런데 여당후보의 당선이 확실한 지역구는 한 곳 뿐이고 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한 선거구는 네 곳이다. 나머지 10개 선거구에서 여당이 4명 이상을 당선 시키는 것은 박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낮은 지지도를 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여당이 소수당이 되면 박근혜 정부는 주요 정책을 수행할 정치적인 능력을 상실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야심적인 통일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없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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