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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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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수정
‘내 팔에 귀’, 왼팔에 귀 이식한 스텔라크 교수(2015. 09. 14. 동아사이언스)


스텔락 교수.  - 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제공
스텔락 교수.  - 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제공

 

“한국이요? ‘하이테크의 나라’죠. 빠른 인터넷과 KAIST의 ‘휴보’가 떠올라요. 오늘 손목에 차고 온 웨어러블 기기도 한국 제품인걸요.”

지난달 왼팔에 인공 귀를 이식하며 화제를 모은 행위예술가 스텔라크(Stelarc) 호주 커틴대 교수가 15일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휴머니즘을 넘어서’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학술대회는 22개국 60여 명의 학자가 모여 과학기술의 발달과 철학, 예술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펼치며, 스텔라크는 기조연설과 함께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학술대회가 열리기 전날인 14일 신촌의 한 카페에서 스텔라크 교수를 만났다. 그는 첫 인상은 의외로 평범했다. 진초록색 중절모를 쓴 모습이 영락없이 온화한 노신사였다. 하지만 ‘제3의 귀’를 실제로 보여 달라는 요청에 스텔라크 교수는 범상치 않은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가 왼팔 소매를 걷어 올리자 올록볼록한 귀 모양이 나타났다.

“피부 안에 생체 소재 틀을 넣은 뒤 여기에 성체줄기세포를 넣어 만들었습니다. 피를 공급받고 자라 이제 제 팔의 한 부분이 됐죠. 하지만 아직 완전한 귀는 아닙니다. 송수신기를 넣어 런던과 뉴욕에서 오는 소식도 듣는 ‘인터넷 귀’를 만들 예정입니다.”

스텔라크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심장이 뛰는 모습을 담은 그래픽과 실제 몸이 상호작용하는 모습, 왼팔에 로봇팔을 달고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텔라크 교수는 2012년 등과 다리 뒤 등 피부에 수십 개의 구멍을 뚫은 뒤 끈을 연결해 스스로를 천장에 매다는 ‘서스펜션’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의 공연에 대해 보기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관객도 많다. 스텔라크 교수는 이에 대해 “춤처럼 아름다운 공연은 인체 움직임의 한계가 있지만 내 공연은 이를 극복하려는 새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매우 아픈 과정입니다. 서스펜션은 정말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어요. 귀를 팔에 이식하는 것도 초기에는 힘들었어요. 귀가 자라며 피부가 부어오를 때 무척 고통스럽거든요. 올해 작은 마이크를 심을 때는 감염이 생겨서 낫는 데 한참 걸렸습니다.”

스텔라크 교수는 “고통을 이기기 위한 특별한 기술이 있거나 의학적인 힘을 빌리고 있지도 않다”며 “마음을 편안히 하며 참고 기다릴 뿐”이라고 전했다.

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내 관심은 사람의 몸이고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신체의 확장’을 표현한다”며 “예술가로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몸을 통해 표현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분명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8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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