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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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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교수칼럼]투표를 망설이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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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향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4월10일 예정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관심은 있지만 투표는 망설이고 있는 이화인이 있을 것이다. 망설이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텐데 어떤 후보와 정당에 투표할지 판단을 내릴 만큼 정책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여길 수도, 마음에 드는 후보나 정당이 없어서 참여 자체가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정치지식 그리고 특정 정당과 정서적으로 연결된 정도를 뜻하는 정당일체감은 정치참여를 위한 필수자원인데, 이들 자원이 결여되었을 때 투표를 망설이는 건 당연하다.

후보와 정당의 정책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 참여를 주저하는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간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이상적인 시민은 주요 국가적 현안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갖춘 식견있는 시민(informed citizen)으로 특히 선거에서 이들 식견있는 시민의 중요성은 더 크다. 정책에 대한 평가에 기반한 투표는 가장 바람직한 방식의 선거 참여라 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정책투표가 이뤄질 때 정치인은 시민들의 요구를 더욱 면밀하게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려 노력하고 그 결과 더 민주적인 통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는 정치적으로 무지한 시민들이 도리어 더 적 극적으로 투표와 정치에 참여하고 식견이 높은 시민들은 오히려 참여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주는 터라, 소위 무지한 참여 확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선거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각 정당의 공약집을 확인해 가며 정책을 면밀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정책에 대해 또 정치에 대해 대단한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지만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치학자인 페이지와 사피로는 개별 시민이 충분한 식견을 갖추지 못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역량을 갖추지 못했 다 해도 시민들은 집합적으로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투표와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혼자 결정을 내리기보다 동료 시민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집단적 숙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즉 내가 잘 알지 못해도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한다면 충분히 의미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집단적 숙의 과정에서 우리에게 특히 필요한 것은 정확하고, 유용하며, 통찰력 있는 정보 및 해석을 제공하는 정보전문가의 역할이다. 정보전문가로부터 양질의 정보를 제공받고 이에 기반해 동료 시민들과 토론할 때 공중은 집합적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전통적으로 선거에서 숙의를 위한 정보와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 정보전문가는 언론이다. 하지만 매 선거 때마다 미흡한 언론보도에 대한 비판은 반복된다. 특히 정책보도의 부재와 판세 및 후보 관련 의혹보도의 과잉은 모든 선거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일 것이다. 예를 들어 민주언 론시민연합이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에 실린 선거 관련 기사 737건을 살펴본 결과 이 중 정책을 언급한 기사는 33%(244건), 특히 정책을 검증한 기사는 전체 선거기사의 15%(11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좋은 정책보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판세 보도, 자극적인 보도의 홍수 속에서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예를 들어 <중앙일보><중앙일보>는 ‘공약은행’이라는 기획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녹색정의 당 등 3개 정당의 주요 공약 10개를 비교·분석할 수 있게 한다. <동아일보><동아일보>는 유튜브 쇼츠 콘텐츠 ‘총선 공약 당후루’를 통해 각 정당 공약을 단시간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대 학보>역시 1680호(4월1일자)와 1681호(4월 8일자)에서 각 정당별 여성·청년 관련 공약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소개하는 한편 서대문구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인터뷰 등 우리의 결정에 도움이 될 유용한 기획 기사를 실었다. 이처럼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빠르고 효율적이며 합리적으로 내가 지지할 후보와 정당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보전문가와 또 이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동료들이 존재한다. 망설임은 멈추고 우리의 인지적인 자원을 조금 더 투자할 시간이다.

출처 : 이대학보(https://inews.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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