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웹드라마는 현재 MZ세대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 중 하나다. 많은 브랜드가 웹드라마 형식을 빌어 광고 마케팅을 활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2022년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CU는 "편의점 고인물" 편으로 온라인영상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대학생들이 자체 제작한 '웹드라마'가 단 1개월 만에 유튜브 48만회 조회수를 달성해서 화제다. 매드타임스는 2022년 12월 3일 유튜브에서 온에어 이후 2023년 1월 현재까지 ‘총 조회수 48만 회, 구독자 수 5천 명’을 단기 달성하는 쾌거를 거둔 이화여자대학교 웹드라마 "오후 두 시의 캠퍼스" 제작팀을 만났다. 본 프로젝트 지도교수인 유승철(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미디어공학&창업트랙)은 “본 프로젝트는 웹드라마의 ‘기획-펀딩-제작-유통-마케팅에 이르는 콘텐츠 창제작 전과정’을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했으며 유튜브 광고비 지출 없이 순조회수와 순구독자의 폭발적 증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안녕하세요. 웹드라마 제작진 ‘XX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XX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미지수 있는 존재들’을 의미합니다. 20대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드라마 제작이라는 공통된 목표로 모였습니다. 기획팀, 제작팀, 작곡팀, 마케팅팀으로 나뉘며, 팀원 모두 이화여대 재학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후 두 시의 캠퍼스"는 어떤 웹드라마인가요?
20대 여성에 의한, 20대 여성을 위한, 20대 여성에 대한 웹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후 두 시의 캠퍼스(오두캠)"는 여자대학교를 배경으로 20대가 겪는 고충과 회복을 담은 총 4부작의 옴니버스 웹드라마에요. 매화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고충을 겪습니다. 1화에서는 외모 강박, 2화에서는 퀴어 혐오와 경제적 곤란, 3화에서는 완벽주의와 가정 폭력, 4화에서는 젠더 폭력과 비혼주의라는 소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기획 단계에서 해당 주제로 고충을 겪는 20대 여성 11명과 인터뷰를 진행해서 보다 현실감 있는 인물과 서사를 담고자 했어요. "오후 두 시의 캠퍼스"는 치열하게 사랑하고 경쟁하고 질투하고 용서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에요. 그동안 미디어에서 비춰진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여대생'의 설정에서 벗어나, 우리의 진짜 모습과 일상을 담아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자 했어요.
웹드라마 제작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우연히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최근 5년 사이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찾아보니 코로나19로 인해 20대 여성이 가진 경제적, 사회적 취약함이 드러난 결과였어요. 이들은 또래 남성보다 취업 기회는 적지만, 비정규직 서비스업에 취업하는 비중은 높아요. 전보다 여성 인권이 격상됐다는 사회적 인식과 취업 시장에서 겪는 성차별의 간극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어요. 심리적 외로움과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으로 인한 고충도 겪고 있구요. 이렇듯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20대 여성이 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무관심하다고 느꼈습니다. 20대 여성이 겪는 사회 구조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에 저희는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20대 여성의 고충을 다루는 웹드라마를 만들어 해당 문제를 사회에 환기하고, 20대 여성에게 위로를 전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목표 시청자가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웹드라마라는 장르와, 유튜브라는 매체를 활용하게 됐습니다.
웹드라마 배우 및 제작팀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자극적인 연출로 관심을 끄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웹드라마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OST도 드라마 속 인물을 대변하는 가사를 통해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위로를 건넬 수 있도록 노력했구요. 텀블벅(링크)에서 응원 메시지를 받아 엔딩크레딧에 첨부하여, 드라마를 시청하는 20대 여성들이 따뜻한 연대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처음 설정한 목표는 어느 정도였나요? 팀의 목표를 달성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설정한 정량적 목표는 누적 조회수 1만 회와 텀블벅 100% 달성이었습니다. 사실 목표를 달성할 자신이 없었어요. 조회수가 높게 나오는 여타 웹드라마를 보면, 주로 이성애 로맨스를 다루며, 자극적인 전개와 썸네일 어그로라는 성공 공식을 따르더라구요. 하지만 저희는 20대 여성이 겪는 고충을 전면에 내세우며, 주인공은 모두 여성으로만 설정했고, 윤리적 재현에 신경 쓰며 제작했습니다. 게다가 제작 환경도 열악했어요. 학교에서 받은 지원금 500만 원은 이미 다 썼고, 일손도 부족했으며, 짧은 제작 기간으로 인해 모든 작업이 촉박했습니다. 릴리즈 일정이 시험 기간과 겹치면서 홍보도 많이 하지 못해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성적 목표에 초점을 맞췄어요. 저희가 설정한 정성적 목표는 단 한 명이라도 20대 여성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웹드라마가 공개된 후, 유튜브 댓글 창에는 약 300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들은 웹드라마에 공감하며 위로를 얻었다는 반응 또는 연대를 보여주는 반응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총 조회수는 48만 회를 달성하고, 구독자 수는 5천 명을 채웠습니다. 텀블벅도 350%로 초과 달성하고, OST까지 음원 사이트에 발매하게 됐습니다. 이로써 시청자들의 위로와 공감을 끌어내자는 정성적 목표와 1만 명 이상에게 닿자는 정량적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 시청자들의 댓글이 꽤 많이 보이는데요, 그들의 반응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국내 및 해외 시청자분들의 연령대를 분석해 보면 18~24세 38%, 25~34세가 31%였습니다. 전체 시청자 중 여성 시청자가 80% 고요. 저희가 처음 기획 단계에서 설정한 타깃층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이 친구들의 이야기가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젊은 여성들에게 공감 가는 주제가 맞았구나.’ ‘사람들은, 젊은 여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원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아직도 콘텐츠 시장에는 여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부족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오후 두 시의 캠퍼스"만이 갖는 콘텐츠 차별성은 무엇일까요?
우선. 지금껏 웹드라마에서 보기 어렵던 주제를 다뤘다는 점이에요. 저희가 회차마다 다룬 소재(외모 압박, 퀴어 혐오, 완벽주의, 젠더 폭력 등)는 현실에선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에 특별히 주목해서 20대 여성의 고충과 목소리에 귀 기울인 콘텐츠는 많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주인공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10~30대 여성분들이 깊이 공감하며 봐주신 것 같아요.
다음으로, F등급을 받을 수 있는 웹드라마라는 점입니다. F등급은 여성 감독이 연출하고, 여성 작가가 각본을 쓰고, 여성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 영화만 받을 수 있어요. "오후 두 시의 캠퍼스"는 여성을 위한 웹드라마인 만큼 주인공 배우가 모두 여성이고, 연출과 작가뿐만 아니라 현장 스태프 전원을 여성으로 구성했습니다. 아마 이런 현장은 드물 거라고 자부합니다.
마지막으로, ‘웹드라마’나 ‘캠퍼스물' 하면 떠오르는 흔한 설정과 클리셰에서 완전히 벗어난 점입니다. "오후 두 시의 캠퍼스"의 주인공은 한국여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에요. 그러나 지금껏 미디어에서 흔하게 묘사된 “여대생"의 이미지는 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들은 남자를 둘러싼 ‘여적여’ 구도가 아닌, 연대하는 선후배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성과의 로맨스 혹은 구원 서사가 아닌, 한 인물의 내적인 성장을 보여줘요. 자극적인 설정과 연출에서 벗어나, 여성들의 일상과 관계 맺음을 진솔하게 보여줍니다.
앞으로의 XX들의 포부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후 두 시의 캠퍼스"를 다듬어서 국내외 영화제 출품이나 OTT에 접촉하는 것을 고려 중입니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허락한다면 시즌 2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인터뷰 기회를 주신 매드타임스에 감사드리며 본 프로젝트가 실현되도록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준 이화여자대학교 관계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웹드라마 배우 및 제작팀
출처 : 매드타임스(MADTimes)(http://www.madtimes.org)
원문: https://www.madtimes.org/news/articleView.html?idxno=16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