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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자
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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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글쓴이
음악치료학과
지친 마음 감싸안는 음악 한 소절, 음악치료 정현주 교수

이화음악치료 정현주 교수님께서 음악의 치료적 힘과 음악치료에 대해 인터뷰하신 내용이 보도되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며 그 전문성을 통해 세상과 사람을 돕는 이화음악치료의 영향력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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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 감싸안는 음악 한 소절, 음악치료 정현주 교수]

음악치료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인간의 심리와 내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미국에서 언어와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음악을 하면서 표현되지 못하고 억압되어 있던 것들이 해소되는 경험을 종종 했다. 음악이 나를 대신해 말을 해주고 있다고 느낀 적도 많다.

음악치료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건 1992년경이다. 음악을 하면서 치유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음악치료라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마음이 동했다. 내게 음악이라는 재능이 있으니, 이를 사람들의 정서적·심리적 건강관리를 위해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는 1997년 처음으로 음악치료 석사과정이 개설되었지만, 미국은 1940년대부터 정식으로 전문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준비돼 있었다. 독어를 전공한 이후 음악치료로 복수 전공을 하고,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음악치료란 무엇인가


음악을 매개로 인간의 정서와 심리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운동, 인지,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인간이 음악 활동을 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기능을 강화해 이를 다른 활동에 필요한 기능으로 전이시키는 것에 방점을 두는 치료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음악치료’에서 ‘치료’는 약물이나 수술 같은 의학적 개입(Treatment)이 아닌 정서적·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테라피(Therapy)’의 의미를 갖는다.

음악이 심리치료의 매개체가 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궁금하다

인간은 음악적 존재다. 생물학적 리듬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심박, 말의 템포, 보행 속도 같은 변인은 리듬이고, 목소리와 같이 음고가 있는 것은 선율이다. 우리 안의 이런 요소는 음악을 만나면 그 자극에 동조화(Entrainment)된다. 예를 들어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을 때는 심장박동이 증가하거나 나도 모르게 몸을 흔들게 되지만, 느린 음악을 들을 때는 반대의 효과가 일어난다. 맥박, 피부 온도, 혈압, 뇌파 등 우리 안의 리듬은 모두 측정할 수 있고, 이런 지표들은 음악이 인간의 몸을 조율한다는 근거가 된다. 음악이라는 자극으로 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만큼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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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치료는 누구나 받을 수 있나

음악치료 대상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 노화로 인한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나 자기 돌봄 또는 웰빙을 필요로 하는 사람. 대상군을 보면 알겠지만, 발달 단계나 상황에 따라 겪는 문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접근법이 조금씩 다를 뿐 아동이나 청소년 등 특정 연령대만 음악치료를 받는 건 아니다. 다만, 평소 일상에서 음악을 가까이하지 않는 편이라면 음악치료가 맞지 않을 수 있다.


음악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우선, 초기 면담을 통해 내담자가 일상에서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이 무엇이며 내담자의 성향은 어떤지 살핀다. 이 면담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음악치료는 표현적 치료와 수용적 치료 방식으로 나눈다. 표현적 치료 방식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부정적 감정에 압도되어 있거나 불안이 있는 사람에게 불안할 때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텐션을 악기를 통해 분출하게 하는 연주 활동과 목소리로 가사와 선율을 허밍하거나 부르도록 하는 노래 활동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런 곡을 반복해 부르다 보면 그 곡이 가진 메시지가 나의 것이 되고, ‘내청(Inner Hearing)’ 능력이 길러져 긍정적 가사의 메시지와 선율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수용적 치료는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음악적 요소를 현재 심리 상태에 매칭한 뒤, 음악을 들으며 내담자의 정서가 조율되도록 하는 것이다. 음악을 듣고 떠오른 생각과 느낌을 나누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포용하며 마음의 힘을 기른다.

치료를 모두 마친 후에는 이제껏 작업한 것들을 돌아보고 얻은 통찰력을 내면화하고, 일상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면 다시 한번 치료 세션을 계획하고 시작한다.

마치 언어처럼 음악을 정서 표현의 도구로 사용하는 점이 흥미롭다


일반 상담에서는 언어를 통해 내담자와 소통하고 감정을 분석한다면, 음악치료는 내담자가 음악을 통해 정서를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음악 안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음악은 청각적 자극제이지만 감상과 함께 다른 감각으로 음악을 받아들이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이들은 음악을 듣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음악을 듣되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한 후 여러 가지 느낌과 이미지가 주는 메시지를 파악해 체화하면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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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는 것에는 어떤 치료적 의미가 있나

목소리는 사람의 정체성과 현재 상태를 그대로 담아내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아를 표현하는 것과 같다. 또 노래를 부르는 행위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더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노랫말 속 비유적 표현들은 회피했던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이를 포용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음악을 만드는 치료도 있나

위기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세션에선 곡을 만들기도 한다. 이들에게 공감은 매우 중요한데 100% 이들의 마음을 표현해 주는 가사와 선율을 가진 곡이 드물다. 그래서 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랩이나 노래로 만드는 치료 방식을 채택한다. 학교에 가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을 담고 리듬과 멜로디를 붙인다. 취약한 가정환경, 그리고 학교에서 또래와의 갈등 등으로 아이들은 분노 같은 억압된 감정을 가지고 있기에 행동과 말 대신 랩과 가사 그리고 연주로 풀어내도록 돕는다. 타인이 아닌 음악 안에서 얼마든지 욕을 하거나 감정을 분출해도 된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음악이 일종의 감정의 돌파구(Outlet)가 될 수 있게 해준다.

치료를 위한 곡을 고르는 기준이 궁금하다


내담자와 동일한 상태의 음악을 사용한다. 현재 우울하다면 그 감정과 비슷한 슬픈 곡조를 고르는 식이다. 내담자가 음악에 공감할 때 감정이입이 쉽게 일어나고, 음악 안에서 충분히 머무르며 자신의 감정을 수용하도록 한다. 감정을 회피하거나 대면하지 않으면 감정에 영향을 받고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그 감정의 고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이해하고, 심리적으로 문제를 감당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된다.

또 내담자의 개인적 기억이 얽힌 곡은 되도록 고르지 않는다. 피아노를 친 경험이 있거나 전공을 했다면 피아노곡은 가급적 피하고, 가족 구성원이 자주 들었던 특정 곡이 있다면 동일한 곡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 음악을 통해 연상되는 기억이나 경험이 있다면 정서적 수준 대신 기억으로 인한 인지적 수준에서만 음악을 만나기 때문이다. 또 모두가 아는 곡보다는 내담자가 중립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곡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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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준비도’를 꼽았다

심리치료에서는 심리적 문제를 ‘이슈’라고 부른다. 즉 문제(Problem)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 겪어내는 심리적 역동의 한 측면이며, 이 역동이 역기능적일 때 돌봄이 필요한 쟁점(Issue)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치료를 원하는 자가 얼마나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고 변화를 원하는지에 대한 준비도가 중요하다.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스스로 외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면 치료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치료를 받기 어렵고, 받는다 할지라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마음이 힘들다’, ‘안정감과 평정심을 상실했다’,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기분 또는 생각이 든다면 이는 매우 중요한 마음의 신호(Calling)다. 이 신호를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나면 스스로를 포용하고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확장되므로 우울감으로 인한 ‘무기력’이 ‘활력’으로 바뀔 수 있다. 다만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신경증, 수면장애와 같은 증상은 약물 치료가 필요하기에 정신과적 도움을, 내면의 문제 또는 환경과의 적응 문제로 어려움이 있다면 심리치료를 받아볼 것을 제안한다. 하루를 보내는 시간을 훨씬 생산적이고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s://www.thede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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