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라는 말 많이 할수록 통일은 멀어진다”
[중앙일보] 입력 2015.07.20 00:29 / 수정 2015.07.20 01:09
북한, 남한에 흡수될까 우려 커
평화로 가는 길 더 많이 언급해야
6자회담 같은 정치 프레임
떠나
환경·보건·문화 대화 시도해야
일 통일과 남북 관계’ 등을 주제로 한 제14차 한·독포럼이 지난 16~17일(현지시간) 옛 동독 지역인 로스토크시에서 열렸다. 앞줄 왼쪽부터 토마스 셰퍼 주북한 독일대사, 김영희 이화여대 교수, 필리프 렝스펠트 독일 하원의원, 테오 좀머 전 디차이트 발행인,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 유현석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김선욱(한·독포럼 공동대표) 전 이화여대 총장, 하르트무트 코시크(한·독포럼 공동대표) 독일 하원의원,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경수 주독 한국대사,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 김선욱 총장 뒤가 김영희 본지 대기자. [사진 한·독포럼]
“통일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통일’이란 말을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독일 통일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올해
동·서독 통일 25주년을 맞아 지난 16일(현지시간) 옛 동독 지역인 로스토크시에서 열린 제14차 한·독포럼에서 나온 결론이다.
토마스 셰퍼 주북한 독일대사는 통일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반발을 사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셰퍼 대사는 “북한에서
독일 통일을 언급하는 것은 역효과를 부른다”며 “이보다는 냉전 시대에 있었던 경험을 말해주는
편이 북한엔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도 “북한은 동독이 서독에 흡수통일된 것처럼 남한에 합병될까 봐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북한뿐 아니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을 과도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데 공감했다. 김영희 본지 대기자는 “통일은
통일이라는 말을 많이 할수록 멀어진다”며 “이러한 점을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콜 전 총리와
같은 서독 지도자들이 깊이 인식했다”고 말했다. 김 대기자는 “‘통일대박론’으로
한반도에서의 통일은 더 멀어진 느낌이 있다”며 “우리는 통일을 갈망하기는 하지만 통일보다는
평화로 가는 과정을 더 많이 말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독일 통일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한국과 독일의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외교관·기업인·학자·언론인 등 각계를 대표하는
주요 인사 70여 명이 참석해 양국 협력 방안과 남북 문제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포럼 공동의장은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과 하르트무트 코시크 독일 연방 하원의원이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
같은 정치·군사적 프레임에 얽매이기보다 환경·보건·문화와 같은 비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대화 시도가 시급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마파엘 대사는 “6자회담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심층적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국교가 있는 북한과
다양한 형태의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며 “먹구름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수 주독일 한국대사는 “북한은 한반도의 안보
불안을 조성하는 도발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함께해야 할 파트너”라며 “이런
종합적 상황에 따라 남북 문제 해법도 복합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남한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에서 동독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북한 정권의 강압
통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한이 서독과 같지 않았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남한의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경제적·사회적 민주화가 빠르게 발전할수록 그만큼 북한 주민의 선택도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스토크(독일)=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한·독포럼=한국과 독일 정치·경제·문화·교육 분야의 저명인사들이 참여하는 민간 상설협의체다.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을 통해 그 결과를 정부·유관기관에 전달함으로써 한·독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고위 인사 간 교류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2년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첫 포럼이 서울에서 개최됐으며 매년 양국에서 번갈아 가며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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