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1998217
일 자
15.05.19
조회수
522
글쓴이
교양영어실
2004 Ewha English Summer Camp (여름)
실로 여름방학 내내 내가 했던 일 중 가장 보람있는 일이었다고나 할까.

‘방학인데 집에서 놀아야지, 방학 아니면 언제 이렇게 놀겠어.’ 라며 매일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거리던 내가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캠프에 참가해야 한다는 사실은 나를 시무룩하게 했다. 그리고 1학기 내내 썼던 기숙사에서 또 다시 한 달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지겹게 생각돼 엄마에게 캠프를 안 하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지만 역시 혼만 나고 말았다.

그렇지만 웬걸. 나는 이 생활을 정말 즐기게 되어버렸다. 먼 곳에 친구의 부탁으로 공연을 보러 갈 때 짜증을 내다가도 막상 가서 그 공연을 보고 너무나 즐거웠던 경험처럼, 이 캠프는 적응할수록 나에게 즐거운 경험으로 다가왔다.

첫날은 대강당에서 식을 하고 기숙사에 짐을 풀고 새로운 룸메를 만나고 포스코관으로 내려가서 처음으로 수업을 했다. 무척 정신없는 하루였고, 무료하던 평소와는 너무 달라 피곤하기도 했다. 보통 아침에 Listening&Speaking, Reading&Writing을 하고 점심을 미관에서 먹고 오후에는 Club Activity와 Content-Based Class 수업을 했다. 나는 선택활동으로 Film과 Tall Tales에 참여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실용적인 영어표현들을 배우고 이야기를 직접 써 연극을 해보며 그 속에 끝없이 빠져들었었다. TOEFL을 마지막으로 하루 수업을 마치고는 자유시간을 가지거나 스터디 홀에 가거나 게임을 하는 등 활기찬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 스케쥴표를 받았을 때 빡빡해보여 혀를 내둘렀었는데 생각보다 자유시간이 많아서 행복했었다. 중간 중간에 영화도 볼 수 있었고, 이보영 씨를 강당에서 만나는 흥분되던 순간도 있었다. 스터디홀에서 교수님들과 15분씩 이야기도 하고 사진 찍는 것도, TA 언니들과 함께 지내는 것도 즐거웠다. 하루는 삼청각에 가서 필통이나 렌턴 등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헤어지기 전날엔 너무 아쉬워 친구들과 밤새도록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너무 훌륭했던 미관 식사에 감탄하고, 아침 8시에 일어나는 데 익숙해져가며, journal을 쓰고 숙제를 하며 새벽 2시까지 책상 앞에 앉아서 책과 씨름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아졌으며, 수업이 즐겁게 느껴졌고 많은 추억들이 생겼다. 반 친구들과 장기자랑을 준비할 때 넘어갈 듯 웃어대며 연습한 기억, 룸메랑 밤새도록 수다를 떤 기억, 우리 반 아이들끼리 회식 갔던 기억, 다 한 달이라는 기간동안 만든 추억들이다.

친구들끼리 평상시에도 영어로 대화하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단어를, 표현을 하나씩 더 배워가면서,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억지로,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영어가 아니라 그냥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쓰면서 익히는 영어. journal이나 essay를 써보면서 쓰기 능력을 기르게 되고,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좀 더 자연스럽게 웃으며 말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또, 본래의 글이나 대화를 우리가 각색하거나 재밌게 바꿔가면서 창의력을 기를 수 있었다. 캠프가 끝날 때쯤 다음에 한 번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이 한 달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사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이렇게 영어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친구들과 잊지 못할만큼의 예쁜 추억까지 만들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난 EEC를 하게 해주신 우리 엄마가 너무나도 고맙고, 이 프로그램에서 최대한의 엑기스를 뽑아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던 나자신도 자랑스럽다. 각자 다른 분위기로, 하지만 모두 다 열심히, 성심성의껏 우리를 가르쳐주신 교수님들께도 감사드리고, 우리에게 모범이 되기도 하고 같이 즐겁게 놀기도 했던 TA 언니들, 최고의 반으로서 최선을 다한 우리 반 아이들, 그리고 EEC에 참가했던 모든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EEC go for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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