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HK 탈경계 인문학 연구단은 2007년부터 ‘탈경계 인문학의 구축과 확산’이라는 아젠다로 인문학의 새로운 인식방법론을 연구해 왔다. 우리 연구단이 제안한 ‘탈경계 인문학’은 학문적으로는 기존 인문학의 학문적 범주, 사유체계, 방법론의 경계를 극복하는 인문학 담론을 구축하자는 것이며, 사회적으로는 인문학과 일상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인문지식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인문학의 실천성을 회복하자는 의미이다. 정통 인문학인 문·사·철을 포함해 사회과학, 자연과학, 영화학 등 이십 여명의 다양한 영역의 전문연구자들로 이루어진 연구단은 탈경계 연구방법론의 토대가 되는 학제 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5년간 전체 연구 주제를 아우르는 ‘탈경계 인문학’의 함의를 구체화하고, 심화하는데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왔다. 2010년 2단계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그간 연구해온 학문적, 문화적, 사회적 탈경계의 지점, 즉 서로 다른 지점들의 ‘접촉’과 ‘교차’에 관한 연구 영역을 집약하고 심화해, 문화와 문화, 인간과 과학 기술, 지식과 지식 간의 접촉과 교차로 인해 재구성 되는 ‘문화, 인간, 지식’의 정체성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보다 전문적이고 생산적인 연구 성과를 위해 해당 주제를 중심으로 3개 연구부를 두고, 하위에 소규모 연구 셀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교섭과 혼종성」연구부는 문화 간의 접촉과 교차의 중층적 과정 및 그 결과로 드러나는 혼종문화를 연구한다. 문화 간 상호성을 전제하는 문화번역과 그 과정의 수행적 주체에 관심을 둔다. 이런 연구 주제는 문화 간의 경계가 의문시되는 현 시점에서 혼종적 문화정체성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새롭게 규명하는데 그 의의를 갖는다.
「포스트 휴머니즘과‘인간’」연구부는 인간과 과학기술 간의 접촉과 융합에 대한 관심을 전제로 근대적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출발하여 첨단 기술로 인한 인간 능력의 향상, 신체 정신적 변형과 그 재현 방식 및 윤리적 쟁점을 연구하는 영역이다. 현재 우리는 새로운 기술 매체의 출현과 과학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인간’개념 및 삶의 양식 변화에 관한 융합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탈경계적 상상력과 인문지식의 재구성」연구부는 문화 간의 만남 속에서 변형 및 재구성되는 지식의 개념과 체계를 연구함으로써 탈경계 인문지식을 적극적으로 정초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지식 출현이라는 관점에서 20세기 초 동아시아 지형 속에서의 한국 인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주로 정통 비교문학 방법론을 심화·확장하는 한편, 번역의 ‘이론’연구를 넘어 세밀한 텍스트 분석을 연구의 주요 강조점으로 하면서 지식 생성의 창조적 측면을 탐구하고 있다.
기존 인문학 연구와 차별화된 탈경계적 연구와 병행하여 우리가 주력하는 분야는 출판이다. 우선 <탈경계 인문학 Trans-Humanities>(연 국문 2회, 영문 1회) 학술지를 소개한다. 기존 인문학 관련 학술지가 분과학문적인 특성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 연구단의 학술지는 인문학의 탈경계적 소통과 융합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학제적 연구에 관심이 있는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좋은 지면이 되고 있다.
또한 탈경계 인문지식의 사회적 확산과 대중화를 위해 기획된 인문 교양서 ‘사이 시리즈’역시 주요한 출간물이다. 이 시리즈는 ‘사이’나 ‘경계’에서 생성되고 있는 새로운 존재와 사유를 상상해보고 발굴하는 단행본 시리즈인데 최근『주체와 타자 사이-여성, 타자의 은유』,『텍스트와 이미지 사이-보는 텍스트, 읽는 이미지』, 『매체와 감각 사이-매체, 지각을 흔들다』등 세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전문적인 학술어가 아니라 평이하고 재미난 서술로 대중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모색하는 인문학자들의 시도는 연구실 밖 대중과 만나는 인문학자의 진면목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이화인문과학원의 탈경계 인문학연구단이 시도하는 탈경계적 연구와 사회적 확산활동이 궁극적으로는 한국 인문학 연구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사회와 소통하는 인문학 연구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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